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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17. 2024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외롭고 서러운 감정을 감추고 삽니다 

최근에 임금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일터에서 이제는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는 건가. 안심하고 있던 중에... 현관문을 여느 모습에 단번에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표정, 


평소와 다르게 한껏 내려앉은 그의 어깨와 목소리에 '뭔 일 있구나...' 싶어서 먼저 물어봤는데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실수를 했고
단체 채팅방에 그게 언급이 됐는데...

해고라는 단어까지 들렸다는 것이다


단지 한번 실수를 했을 뿐인데?


얼마나 큰 사고를 쳤길래 해고 이야기까지 나온 건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위로랍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도 보고, 토닥여도 보고, 나의 경험도 이야기해 봤지만 역시나 다를까... 


이미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는 그는 결국 자기만의 동굴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가장이라는 무게로 매일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고생하고 돌아오는 그를 위해, 특식으로 냉동실에서 꺼내뒀었던 홍시와 떡은 나온 날이 하필  장날이라, 여러 번의 권유에도 손사래 치는 그의 모습에, 무색하게도 결국 내 입속으로 넣어 버렸다.


사람이 어떻게 항상 완벽할 수 있겠어? 안 그래?


그렇게 말을 해봤지만 이미, 평소 내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비로소 나는 그에게 지금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는 그가 조용히 들어간 방문을 열지도 못한 채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 있었다. 혹시나 그가 금세 회복해서, 언제 그랬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가 좋아하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 늘 함께 봤었는데 오늘따라 그가 없는 거실이 한없이 크게 느껴졌다. 


프리랜서. 그는 회사 직원으로 들어갈 기회를 뿌리치고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다. 마음에 드는 조건의 회사가 지금까지 없었던 게 이유라면 이유겠으나, 프리랜서의 직업군이 주는 장점이 그에게 분명 있었으리라... 


하나 내게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이 주는 '자유 소속'의 의미는 끝도 모르게 쉬고 있는 무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비상구였다. 정직원과 무직 그 중간 위치로 애매한 나의 사회적 역할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였다. 꿈을 찾아 헤매고 있는 나로서는 나름 만족하는 편이나 그의 입을 통해 듣고 느끼게 되는 프리랜서의 사회는 생각보다 외롭고 서러웠고, 냉혹하면서도 냉철했다. 


소속감을 느낄 수 없어 불안해해야 하고, 실수라도 하면 내일이 흔들리고, 알게 모르게 받는 눈치와 차별 대우에서는 전혀 자유롭지 못하는 프리랜서. 무조건 완벽하게 해내야 인정받는 게 아닌 겨우 무시를 면할 수 있는 그런 입장. 그렇기 때문에 소속이지 않지만 소속이 된 듯 해낼 수 있어야 되는 고난도의 영역. 


일을 대할 때는 온전히 집중을 다하여 대해야 한다. 단 한 끌의 잡념이 들어가거나 순조로움이 주는 방심이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갈 경우에는 예기치 못한 실수가 좌절을 맛보게 하니까 말이다. 아무리 백번을 잘해도 단 한 번의 실수가 용납이 되지 않는 그런 완벽을 요구하는 관계. 실수가 불러일으키는 위험성에 대해 알기 때문에 실수에 대해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실력이 돈을 좌우하기 때문에 나같이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직업으로는 엄청난 고위험을 요구받는 것과 같달까... 


일회용품도 아닌데 이번에만 쓰고 대충 쓰고 버림 되는 사람처럼 대하는 현실. 그만큼 마음이 고장 나 몸까지 아파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내 마음이 찡해지면서... '그럼 나는 뭘 하며 먹고살지?' 입에 풀칠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그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돈 벌지 뭐, 뭐라 하면 때려치워~  


마음이라도 덜 힘들게, 자책을 좀 덜어줄 수 있도록, 속 시원하게 한 마디 해줄 수 없어 미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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