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기 한 달 전부터 마음이 다급해진다. 평소 꼬박꼬박 통장을 빠져나가는 지출은 정해져 있는 법인데 명절이라고 챙겨주는 보너스나 선물은 불안정한 수입만큼이나 예상도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
하나 아쉬운 마음에 명절이 되면 양가 어른들께는 필수, 이외 경조사가 있다면 두 배로 드는 법인데, 여기다 인사를 먼저 건넨다면 인사치레는 당연지사다. 평소에 아무리 아끼고 절약해도 명절만 되면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사재기를 하곤 하는데, 그만큼 지출 폭주 시즌이다.
자존심이 뭔 대수냐는 생각이 들진 모르겠지만... 수입원의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그냥 눈 한 번 딱 감고 용돈이라거나 명절선물이라도 빼먹는 경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효라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른 공경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태어나 살아가는 한 젊은이로써 느끼는 괴리감이자 고충이다.
수중에 돈이 없을 때, 특히 할인 쿠폰의 유혹에 눈도 마음까지 홀라당 빠지게 되는 법이다. 어쩌면 조금이라도 알뜰살뜰하게 아껴서 구입하는 게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작정 구입부터 하게 되는데... 이 역시도 쓸데없는 소비와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절실히 믿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어차피 쓸 거라면 할인받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이와 반면 안 쓰면 된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신랑이다.
하나 평소에도 챙겨드리지 못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용돈을 대신해 작게나마 덜도 더할 것도 없이 동일하게 선물을 챙겨드리려고 한다. 용돈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러지 못한 입장이라 선물이라도 드리자는 마음. 우리는 꾸준히 매년 매번 명절이 올 때마다 그렇게 실천하고 행하고 있다.
명절이 다가올 무렵이면 손도 발도 바빠진다. 우리는 명절 대책회의를 위해 각자가 알아보고 자료를 준비해 온다. 뭐가 필요하시려나? 이런 거 좋아하실까? 이번에는 이런 거 어때? 과일, 고기, 생선, 영양제, 마사지기, 선물세트 등등 아주 다양한 품목들이 후보로 올라온다. 물론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신랑의 의견이 출중하여 줄곧 그의 의견으로 채택하게 되지만... 언제나 회의를 위한 준비과정은 시간과 돈을 상납한 대가로 (부모님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기쁨과는 또 다르게)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했다는 자기만족을 보상으로 받게 되기에... 그렇게 우리의 수입과는 상관없이 명절에 생기는 지출은 늘 반갑게 통장을 스쳐가게 된다.
직접 손으로 갖다 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물과 짐을 함께 여행 가듯 바리바리 싸다 들고 가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는데, 선물이라도 대신해서 집에 방문드린다는 마음이 위안이 되어 기사님들께 어찌나 감사하던지...
가능한 우리는 시간이 된다면 무조건 만나 뵙으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한 끼 식사로 전할 수 있는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라며, 소중한 시간을 위해 준비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아주 가끔은 버거울 때도 있기도 한데, 며느라기 3년차를 벗어나자 조금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모님으로부터 다정하게 "고맙다"고 한 마디 들을 땐 그동안의 노력과 힘듦이 사르르 녹아 내려 그 원동력으로 아직까진 약간의 축소가 있긴해도 지조있게 유지중이다. 명절 분위기에 휩쓸리는 건 별 수 없달까.
곧 다가올 우리들의 명절 대책회의를 걱정과 설렘으로 손꼽아 기다려보며... 수입 없는 살림꾼은 언제 생겨날지 모를 수입을 위해 각성해본 첫 해, 일 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로, 내년 이맘때는 신랑 몰래 양가 부모님께 작게나마 용돈을 드려볼 수도 있는 여유가 생기길 바라보며 오늘도 내 일을 위해 가치가 매겨지지 않은 것들을 주섬주섬 또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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