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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22. 2024

이러다가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기로 했다

어제 갑자기 아침까지만 해도 일기예보에는 없던 비소식 때문에 낮부터 밤까지 날리 듯한 비를 맞으며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오늘은 아침부터 도저히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었다. 


창문너머 흩날리는 눈, 바깥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밤새 내린 걸로 추정되는 눈이 제법 도톰하게 쌓여있었다. 지난주에 비해 영하권의 날씨가 이어진다는 뉴스가 딱 맞아떨어지는 게 이럴 때는 아주 아쉬울 따름이다.


오래간만에 다시 멈췄던 스트레칭을 하고, 세탁기 동파를 대비해서 제법 모여진 빨래를 건조기의 도움을 받아쳐대기로 말리는 중이다. 어젯밤부터 기운이 쳐 저서 먹어도 피곤하고 어지러웠다. 당면 컵라면을 하나 까먹었으니 먹으나마나 한 허기는 잠시 꺼졌는데 겨울잠인지 모르겠으나 다시 피곤하고 어지러워졌다. 이게 만성피로가 아닐까? 하는 합당한 의심과 함께 더 잠을 자야 할지 커피를 마셔야 할지 고민의 기로에 섰다. 



요 근래 계속되는 이상한 몸의 증상. 손가락이 붓고 통증이 느껴졌었는데, 뒤 이어 발가락이 모두 빨갛고 간지러워졌다. 갑자기 기운이 쫙 빠지는 기분도 들었고, 관절이 쑤셔 일어서기 힘든 기분도 든 적이 있다. 발등이 아프기도 했고, 지금은 눈이 매우 부어 앞을 쳐다보는 것도 힘들다. 


대충 먹어도 아무 상관없이 지내왔던 시간들이 눈앞에 촤르르르 펼쳐진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계절재료로 차려지는 밥상이 그리워졌다... 


미안해, 내가 잘 챙겨주지 못해서. 


당연히 엄마라면 가족의 영양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내가 아내가 되니까 책임져야 하는 신랑의 영양은 물론이거니와 내 건강마저도 해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 미안해졌다. 


모든 아내가 밥을 잘 차려주지 않는다는 걸 나로 인해 알게 됐다. 살림에 능숙하지도 않은데 먹는 식성이 좋아 먹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지런히 음식을 하는 것도 아닌 사람. 


얼른 앉아서 밥 먹어라~! 


이런 말이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는 알아야 했다. 장 보는 것부터 재료손질에 이어 음식 해서 상에 차려지기까지 무수하게 고마운 마음이 매 끼니의 가치를 더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게 만드니까...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우리는 먹는 것들로 존재하는 게 된다. 우리가 먹은 음식들이 우리를 지탱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숨 쉬게 하며, 걸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음식 없이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인체라는 공장. 


뭘 먹어야 할지, 어떻게 먹는 게 좋을지, 얼마나 움직여야 할지, 약은 뭘 먹는 게 좋을지, 이때 뭘 하면 안 되는지... 스스로를 돌볼 아는 때야 말로 진짜 어른되는 아닐까? 내리는 월요일의 오후 결국 또 다시 끊으려고 마음 먹었던 믹스 커피를 한 잔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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