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병동생활의 시작
생사의 앞가름이 될지 모를 순간, 할머니의 증상은 매일 매 순간 달라진다. 그걸 알고 있는 이상... 병원에서 언제 어디서든 걸려오는 전화 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안도하기엔 불안이 엄습해 오는 공백기가 가끔 있다. 현타처럼...
아직 내 차례가 아니라서, 가능한 총대 메듯 나서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잠시라도 사치 같은 안도를 부리는 건 준비자세일까. 아님 아직 태풍의 눈 안에 있는 걸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서일까...
불안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몸속의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겨울이 되면 더 웅크려드는 인간이라서...
멋 모르고 나서던 용기였다고 부르고 싶은 감사와 애정에 대한 보답. 유일하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시간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겨우 겨우 해냈던 그날의 기억도 가물 가물해졌다. 벌써 7개월이나 흘렀다... 그리고 다짐했던 그날의 기록을 미루다 연말까지 가지고 오게 됐다.
미루다가 차곡차곡 쌓인 책장 속의 먼지 묻은 책이 돼버릴 것 같아 불안해졌다. 매우 소중하고도 귀중한 기록임에 틀림없는데! 숙제 같은 일이 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한 건 아무래도 곧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병동생활에 내가 들어간다. 저번과 다르게 이번엔 수월한 편이라서 오히려 내가 뭘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고, 체력관리가 시급한 시점인데... 이렇게 밤 12시의 수면루틴은 다짐과 동시에 무너졌다.
기운 보강을 위해 분명 먹고 싶은 돈가스를 맛깔나게 먹어 치웠는데... 이게 참, 속이 부글거려 잠드는 게 힘든 상태라 새벽 3시를 달리고 있다... 밤 12시를 지나 사진첩을 끄적이며, 비워내고 있다. 할머니와의 새로운 추억을 담아내기 위해서... 가볍게 비워내야만 한다.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여도 내겐 중요한 그런 아이러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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