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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22. 2024

잊을 수 없는, 잊으면 안 되는, 할머니와의 추억

때론 힘들었고 때론 행복했던 선물 같은 시간 

방금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같이 지내던 밤마다 병실을 울리던 할머니의 앓는 소리가 마치 귓가를 생생하게 맴돌았다. 


병원에서 나온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할머니 곁을 떠나, 막상 다시 병실 밖으로 나와,  집에 도착하니 짐과 함께 풀려 버린 긴장감 때문에 몸살이 한꺼번에 몰려와 밥만 먹고 나면 잠이 쏟아졌었다. 그렇게  3일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다시 글을 적어본다. 


© logan_lense, 출처 Unsplash

막상 할머니와 함께 하던 병실에서는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1분 1초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면서도 지쳐가고 있던 때이지 않을까 싶다... 


오롯이 할머니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모든 걸 접고서 일주일 동안 할머니 곁을 지켰다. 


누가 봐도 허약한 체질의 소유자라서 할머니를 간병하는 건 미더운 존재임에 틀림없으나 마음만큼은 할머니와 함께 하고 싶었기에 자진해서 병동생활을 자처했다. 



© mdominguezfoto, 출처 Unsplash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코끝부터 전해지는 병실의 향기... 오랜만이었다. 주사, 약, 병원 내 공기...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지냈던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로 아픈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병실에 누워 나를 맞이하는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나와 할머니는 그렇게 둘이서 지내게 된 병원 생활. 이전과 달리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지내는 동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며 보냈었다. 


막상 지나고 나니, 그 시간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했는지를, 우리는 알듯 모를 듯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보내고 있는 것 같다. 


©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지금 나는 병실 밖에서, 병실 안의 시간을 떠올려 본다. '뭘 해야 이 시간을 정말 잘 보냈다고 여겨질까?' 그런 고민의 시간 속에서 아주 평범하고 무난하게 보냈던 일상. 


편히 잘 수 있도록, 제때 약과 밥을 드실 수 있도록, 씻겨드릴 수는 없지만 닦아드리는 그 정도의 수고로움으로 함께 티비를 보고 잠들며,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전하고 눈으로 소통하는 그 정도의 사치.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오니, 그게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절실히 느낀다... 비록 타의적으로 의식이 깨어있어야만 했기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행복했던 그날의 시간이 그새 그리워졌다.  



© fonsheijnsbroek_amsterdam_photos, 출처 Unsplash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며 보통 사람들의 바쁜 일정을 같이 거닐다 보니 잠시 아무렇지 않은 바깥공기에 다시  잠시 안도를 하다가도 씁쓸하고 공허해서 새삼스럽고 낯설던 이동시간이 문득 떠오르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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