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기다릴 뿐이다
할머니의 병원생활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마음한 켠은 우려와 걱정이 남아 있음을 ...
어쩌면 병원이라 안전한 게 아니고 병원이라서 더 위험했던 게 아닐까 싶어졌다. 이번에 할머니가 온갖 질병에 한꺼번에 걸리고 오히려 회복도 늦어지는 상황에 처하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니 그 불안감이 더 커졌다.
오히려 이렇게 대학병원에서 2주 이상의 치료를 어렵게 받고 요양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 길이 더 이상 안전하단 생각이 들지 않게 됐다.
자기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할머니의 인지 능력 때문에 어느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입장에서 할머니가 겪을지도 모를 부당함에 대한 입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 것이며, 해명할 수 있을지도 막막할 따름이었다.
할머니를 마치 외롭고 고통스럽고 힘겨운 사지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 같이 지낸 7일간의 병동생활 끝에, 마음이 편해지기보다 되려 마음이 무겁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그렇다 해서, 자신 있게 "제가 할머니 모시겠습니다!" 속 시원하게 말 한마디 내세울 용기도 자신도 없는 못난 손녀라서 돈도 시간도 체력도 다 부진하다 보니 할머니께 뭣 하나 제대로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뇌출혈 뇌경색 수술 후유증으로 물덩어리가 생겼다는데 그것 때문인지 영 할머니의 고개 젓음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말을 잃어버린 건지... 그 누구도 할머니의 상태에 정확하게 판단 내리지 못해 더 답답할 따름이다. 이 모든 건 할머니가 가장 잘 알거라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면 현재도 모르고 가장 답답할 사람. 그게 할머니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도 저도 손쓰기에는 리스크가 커서 쉽사리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는 현재. 그 누구도 나설 수 없는 진퇴양난의 경우. 단지 더 이상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큰 바람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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