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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Oct 07. 2020

어디서 빠진 건지 알 수 없는 나사처럼

나는 무계획으로 살아가고 있다

올해 나는 아무것도 해낸 것이 없었다, 지금도 그냥 생각 없이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벌써 10월이 되었다. 날씨가 제법 아침저녁으로 차갑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처럼 차가운 공기가 무척 불편하다.  겨울에는 새벽 공기가 차갑긴 해도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새 변했나 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새로운 다짐을 하며 괜히 서두르는 것만 같은 자신을 다독이며 애써 다음을 기약하곤 했었다. 하지만 1년이 흘러가는 시점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이 1살 더 먹을 판이라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다. 내가 이렇게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나름 코로나 때문에 그렇지 뭐~ 하며 위안을 해보지만 그런 생각하며 침을 삼키기에도 참, 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데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이 시절에 온전히 내 손과 눈은 무엇 때문인지 계속 핸드폰을 건들고 노트북을 만지고 있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1원 하나 돌아오는 게 없으면서 내게 있는 건 오로지 시간뿐이라며 펑펑 내 쓰는 '시간 부르주아'가 되어 거만하게 굴고 있다. 그렇다 해서 마음 놓고 편히 자고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으며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것도 아닌 반강제적인 자유다.   


아침 일찍 일어나지만 뉴스를 보고 기절하듯 잠에 빠져 다시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집안을 살피다 보면 오후가 되어 있고, 핸드폰과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혹시나 될지도 모르는 가망 없는 이벤트에 넣어보곤 한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되물어본다.

한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껏 뭔가 끄적이다가 그것조차 무관심과 무반응, 자격미달로 배추 포기 대신 더 이상의 시도를 포기해버렸다. 아무리 해도 그렇지 뭐,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걸 뭐하러 그렇게 애쓰며 사는지 쯧쯧, 그런 반응들을 이미 나 자신이 몸소 느껴버렸다. 1분 1초도 여유롭게 지낼 수 없어서 허덕이던 시간의 억압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없어서 한 걸음 떼기도 어렵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면 돌아오는 건, 그럼 시작부터 해보란다. 그리고 무작정 해보란다. 해보고 정하라고 했다.


'실패가 무서웠다, 시간이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긴 싫다' 그 흔한 1년 후,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계획조차 생각해본 적 없는 건 내가 나사 빠진 사람처럼 살았던 이유일까. 내겐 뭐가 중요했던 걸까. 살아남기 바빴다.


제대로 살기보다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살아있으면 뭐든 어떤 방향으로든 갈 수 있다 생각했지만 살아있어서 사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지 내 마음의 소리를 전혀들을 수 없게 됐다. 그렇다 해서 내가 잘못 살았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쓸모없는 것 같다. 당장 폰으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던 와중에 사라져 버린 허무함이 매우 컸으나 이젠 노트북을 켜야 이야기가 쉽사리 터져 나오는 게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시간의 굴레 위를 조심히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어디에서 나사가 빠졌는지 알 수 없지만 끼워서 제대로 돌아가는 삶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라 틈틈이 빈틈을 찾아 끼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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