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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Aug 28. 2020

살아있으니까 방황하는 거야

#바퀴처럼 돌아가는 인생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나날들, 노력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었다. 단지 나는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흘러가는 대로 움직여왔던 것이다. 특별한 의지 없이 굴러가는 대로 움직였던 인생."



1. 바퀴처럼 열심히 달렸던 내가,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 앞에만 서면 멈춰 서곤 했는데 그땐 바들바들 온몸이 후들거려서 누가 밀어줘야 움직이겠더라고.


 예외로 평지에서도 한 번씩 멈출 때가 생기긴 했는데 그땐 내게 있던 1%의 희망마저 흔적 없이 사라질 때이거나 누군가의 관심이 간절할 때였어. '내가 왜 움직여야 하는 걸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주제넘은 생각이 한 번씩 들더라고.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살아질 것이고, 달리다 보면 달리고 있을 텐데. 그런 주제넘은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어.


2. 어느덧 30대 인생길에 들어선 거야.


 열심히 구르고 구르다 보니 지금 여기 와있네. 그런데 20대라기도 그렇고 30대라기도 좀 그런 나이랄까... 언니라는 말보다 이모라는 말이 더 친근하고, 아가씨라는 말보다 아줌마라는 말이 적합해 보이는 나이. 어째 산다는 게 매번 불안 불안해..


3. 무엇이 중요했냐고 물어본다면?


 결국은 돈이 제일이더라고. 아무리 양심을 내세워봤자, 돈만 있으면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사는 게 제일이지 않겠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할걸, 공대를 나올걸, 대학 들어가자마자 공무원 준비할걸, 돈이나 많이 주는 기업만 한 군데 파서 들어갈걸, 연애나 잘해서 일찍 결혼할걸, 알바만 죽어라 해서 돈 벌어 일찍 부동산 투자나 해볼걸, 등등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공허히 흘려보낸 이에게 허용된 건, 지나온 시간이 남기고 간 현실의 허물 뿐이랄까. 분명 어떤 선택을 했을지언정 하나쯤의 교훈은 남기 마련인데, 결국 방황을 시작하는 이들의 입에선 이런 아쉬움 잔뜩 묻힌 말들이 쏟아진다.


4.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아직 나 자신을 모르겠어..."

 나 역시 매 순간 아쉬움을 삼켰다. 다른 이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바꾸려고 현실과 맞짱뜰 때, 나는 멈춰 섰고 "STOP"을 외쳤다. 삶을 그만둘 자신은 없었지만 삶이 짧은 횡단보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가능했던 선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로 바퀴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겠더라고.

 그때 어디선가 비수같이 날라와 심장에 박혔다.

 "아직 청춘인가 봐?"

 

 인정사정없이 닥치는 대로 뭐든 해내야만 하는 나이, 30대. 진정한 자주독립의 대명사. 미혼이라면 홀로 라이프를 외치며 스스로 생존해야 하고, 기혼이라면 가정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해내는 게 당연하고 그동안 누렸던 자유는 억지로 토해낼 수밖에 없는 게 마땅히 맞는 그런 나이. 이걸 부정하고 있는 내가 못마땅해 보였을 테지만,


5. 어쩌면 이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일 거야.  


 움직이고 싶었다. 할 수 있는 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보고 싶었다. 굴러가는 대로 살아온 내 인생을 내가 스스로 움직이고 싶었다. 꿈을 가슴에 품고 지금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이들처럼 나도 달려보고 싶었다.

 

 오랜 바람이 겉돌며 잔잔히 일렁이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고 싶다. 하지만 너무 늦은 것만 같다. 아무리 귀 기울여봐도 소음에 휩싸여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굴러보면 들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그걸 정할 수 있는 선택. 그리고 방황할 수 있는 시간. 이 모든 건 삶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숙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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