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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Nov 06. 2020

무력했던 1년 이상의 백수생활

내가 결국 선택한 건, 구직

코로나 때문에 일을 더 쉬어야겠다 싶었다. 코로나 덕분에 내게 집중해보려 했었다. 한계치가 없는 시간처럼 느껴졌던 탓에 급히 서둘지 않았었다.


대신 어떤 노력을 했다기보다 역시나 생각안에 머물러 알아보던 중에 내가 한 번씩 들리던  구직사이트 중 한 군데 입사지원을 했더니 연락이 왔다. 반가우면서도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해주고 싶은 대로 쓸 수 있었던 풍족한 시대는 통장의 잔고가 바닥을 보이는 순간 끝이 났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제야 미뤄뒀던 직장생활이 절실해졌던 것이다. 허겁지겁 이력서를 넣고 기대를 해보려다 접어둔 채 지내던 어제 정오.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면접을 봤고, 미래는 한 치 앞도 확신할 수 없는 나 같은 신생기업에 발을 디디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거리가 애매해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어 한참 걸어 다녀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기업에 아주 작은 애정을 주고 싶었다.


장시간의 면접 끝에 백수생활은 아주 허무하고 심플하게 청산됐다. 급여는 최저금액 기준으로 하루를 다 보내는 느낌으로 반의 반나절을 지새우지만  그래도 만족해야만 한다. 이렇게 주부와 직장인의 삶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한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어찌 될지 막막하다.


알 듯 모를 듯한 나에 대한 생각도 끝을 내기 전에, 얕아 보이지만 깊은 물속을 헤엄쳐야 할 것만 같은 불길함을... 면접할 때 아주 잠깐 느꼈었다. 이전과 같은 실수는 하기 싫었다. 워라밸을 바랐으나, 민폐를 끼치고 싫던 내가 일에 대한 애정으로 시간의 노예로 묶여 몸을 상하게 했던 노력의 끝은 허무했으므로...  이젠  아주 깔끔한 일처리로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해내는 커리어우먼 스타일을 선보이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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