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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Feb 10. 2022

쌀 떨어질라, 걱정되는 시간이 찾아오면

할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에 보내준 데가 밥맛이 없어, 전에 주문한 데다 쌀 주문했어."


잘하셨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로부터 삼일이 지나 다시 전화가 왔다.


"쌀집에 분명 전화로 주문을 했는데, 아직도 안 오네. 네가 한 번 전화해봐라."


어딘지도 모르는 쌀집,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말씀드렸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오더니 대뜸 무심하게 전화번호를 불러주신다. 숫자들을 어지럽게 부르셔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질 때쯤에 할머니는 마무리는 정리해서 알려주신다.


'지역번호를 빼먹으셨구나...'  


평소 같으면 할머니께 따른 번호가 없냐고 딴지 걸듯 물어볼 법한데, 아주 조금 철이 들어가는 건지... 나이 들어가는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 건지 혼자 정리하고는 알겠다고 말씀드리곤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거기 쌀집이죠? 할머니가 쌀을 주문했다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전에 할머니와 같이 본 쌀집 아드님인 것 같다. 나름 능숙하게 알아채곤 4시쯤 배달하러 간다길래 할머니께 알려드렸다.


전쟁이 수시로 일어나던 시대에 사셔서 그런지 뭔 일만 있으면, 쌀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할머니. 식량 떨어지면 얼마나 서글프고 맘고생하는지 아는 할머니이기에 아직 쌀이 똑, 떨어진 건 아니지만 급하게 주문한 쌀포대부터 찾으신다.




성격 급한 할머니인 줄 알지만. 기다리는 걸 참으로 힘들어하시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서둘러진달까. 젊을 때는 자식들 키우느라 밥 벌여 먹기 어려워 서두르시더니 지금은 까먹을까 봐 더 서두르시는 것 같다. 늘 마음을 편히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긴 하지만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나 역시도 알기에 내가 이해하기로 마음먹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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