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할머니께 따른 번호가 없냐고 딴지 걸듯 물어볼 법한데, 아주 조금 철이 들어가는 건지... 나이 들어가는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 건지 혼자 정리하고는 알겠다고 말씀드리곤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거기 쌀집이죠? 할머니가 쌀을 주문했다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전에 할머니와 같이 본 쌀집 아드님인 것 같다. 나름 능숙하게 알아채곤 4시쯤 배달하러 간다길래 할머니께 알려드렸다.
전쟁이 수시로 일어나던 시대에 사셔서 그런지 뭔 일만 있으면, 쌀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할머니. 식량 떨어지면 얼마나 서글프고 맘고생하는지 아는 할머니이기에 아직 쌀이 똑, 떨어진 건 아니지만 급하게 주문한 쌀포대부터 찾으신다.
성격 급한 할머니인 줄 알지만. 기다리는 걸 참으로 힘들어하시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서둘러진달까. 젊을 때는 자식들 키우느라 밥 벌여 먹기 어려워 서두르시더니 지금은 까먹을까 봐 더 서두르시는 것 같다. 늘 마음을 편히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긴 하지만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나 역시도 알기에 내가 이해하기로 마음먹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