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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Feb 25. 2022

몇 년 사이 달라진 눈빛에

말 못 할 걱정이 생겼다

핸드폰 용량이 적은 탓에 수시로 지우고 정리해야 하는 갤러리 폴더. 매번 지우고 정리하긴 하지만... 아주 가끔씩 대거 정리를 하곤 한다. 


오늘 지우지 못한 몇 년 사이의 사진들을 큰 맘먹고 지워내기 시작했다. 특히 인물 사진의 경우는 다시 보고 싶은 얼굴들이 담겨있다 보니 지우기 어려워 몇 번이나 지울까 말까 고민 끝에 남겨져 있는 게 태반이었다. 


비슷하게 찍은 사진들이거나 따로 보관하는 게 아니고서야 지워내기 어려워 다시 찬찬히 살펴본다. 여러 사진들 중에서도 유독 할머니의 눈빛이 맘에 걸렸다. 


자타공인 인정하는 정갈한 카리스마의 표본인 할머니는 눈에서부터 빛이 나와 상대를 제압할 정도였다. 티 없이 맑고 또렷한 힘이 느껴지는 눈만 봐도 어려운 역경을 지혜롭게 잘 버텨내신 뚝심이 느껴진달까. 그런 할머니의 눈빛이 몇 년 사이에 달라졌다. 


자주 뵙기 어려운 감이 있다 보니 귀찮아하셔도 꿋꿋이 사진을 찍어본다. 셔터가 늦게 눌러진 게 문제인지, 나이 들수록 낮아진 자신감 때문이신지 카메라를 거부하셔서 그런지 눈을 감는다거나 이전보다 확연히 약해진 눈빛이 흐릿하게 보인달까. 


누군가를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과 용기로 버텨낸 확고한 마음가짐이 눈빛에 드러난 게 아니었을까. 내게 울타리와 같았던 할머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그녀의 일부가 된 것만 같다. 삶을 치열하게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 것만 같은 그녀의 흐린 눈빛이 눈앞에서 계속 아른거린다. 


다들 흔히 말하는 노화 때문인 건지, 조심스레 추측한 대로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건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드리고 싶을 뿐이다.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던 눈빛.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던 어린 날의 나.

지금은 참으로 그리워진 나날,  보고 싶은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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