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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Feb 26. 2022

불고기를 먹을 때면 생각나는 사람

이가 불편하신 할머니가 잘 드시던 음식

부쩍 입이 짧아진 할머니. 입맛 없어 하는 할머니가 고기를 드시고 싶어하실 때면, 쉽게 볶아 쌈싸먹기에도 좋고 밥에 비벼먹기에도 좋은 양념 불고기를 보내드린다. 


몇 달 전만해도 회나 장어가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셨었는데, 바로 잡아 싱싱하게 판매하는 횟집에서 회와 장어를 실컷 드시고 배탈나서 혼쭐 난 기억 때문인지 당분간은 별말씀이 없으시다. 


틀니가 잘 빠져서 질긴 고기 음식은 입에도 못대고, 한때 비린내난다며 멀리하던 고등어를 한 두 달 전부터 한번씩 드시고 싶으신지 부탁하시곤 한다. 그래서 직접 구워드리긴 어렵고해서 반찬배달을 통해 보내드린다. 배달비 때문인지 재료값 때문인지 가격이 그새 또 올랐다. 


다른 배달음식은 쉽게 사먹겠는데, 반찬가게 음식은 몇개 안담아도 3만원이 되어 있다... 내가 해먹기엔 번거로워 손쉽게 재료 장만없이 한 팩씩 구입하면 되는 것이지만... 원재료 값을 알다보니 그 가격에 양도 아쉽고 맛도 아쉬울 때도 있고 금새 시어 못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보니 여러 문제가 눈에 띄긴 한다. 내 마음과 같은지 할머니가 당분간 별말 없으시다 걱정스런 마음에 드시고 싶은 반찬을 몇 번 여쭤보니... 할머니의 최애 반찬리스트를 줄줄이 꺼내놓으셨다.


역시 1순위는 불고기, 2순위 고등어, 3순위는 말안해도 내가 추가로 넣었다. 명란젓. 짭쪼롬한 그 맛을 아는 사람 중 양념을 맛깔나게 곁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음식이라본다. 


불고기로 꿀맛같은 식사를 하셨다며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덩달아 배불렀다. 내가 사먹지 않더라도, 가끔 반찬가격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렇게 보내드린 반찬으로 잘 드셨다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때면 내가 살면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불고기를 구입하거나 불고기를 먹을 때면 할머니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울푸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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