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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May 22. 2023

할머니 뭐 필요하세요?

잘 샀다고, 맘에 든다고, 고맙다고, 그러던 할머니 칭찬과 웃음이 그리워


오늘 이모랑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음 주에 할머니를 보러 가기로 신랑이랑 어제 이야기를 나눴봤습니다. 6월에는 아버지 생신과 신랑 생일이 있어 함께 식사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겸사겸사 할머니를 보러 갈 구실이 충분한 것 같아요. 할머니께 약속했던 말이... 가장 걸리지만요.

 

보러 올 때마다 하나씩 칭찬받을 일 만들어올게요!


뭘 하면 할머니가 웃으실지, 잘했다고 칭찬해 주실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이제 2주 정도가 남았는데. 할머니 보러 갈 땐 뭐가 필요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아요... 


이전처럼 할머니께 "뭐 필요해요? 휴지는요? 두유는 안 떨어졌어요? 누룽지는... " 이렇게 물어보고 주문할 수도 구입해 놓을 수도 없어서 답답하네요. 말해주시면 얼른 사서 짐도 챙겨볼 텐데... 할머니 보러 갈 마음은 행복하면서도 짐쌀 생각이 아직 머뭇거려집니다.


그때 할머니는 주머니사정으로 "괜찮다. 다 있다~ 안 사도 된다." 하시거나 "누룽지 다 먹었어. 두유 곧 떨어진다. 지난번에 보내준 두유 맛있던데 그걸로 보내줘~ 이번에 보내준 젓갈 참 맛있더라." 이렇게 시시콜콜 얘기도 해주셨는데 말이죠.


저는 급하게 제게 주문 넣는 할머니께 "떨어지기 전에 미리 말해줘야지요! 빨리 도착하기 힘든데... 다음에는 미리 말해줘요 알겠죠?"  이렇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사서 가져갈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사갈라고 부탁하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게, 내가 할머니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행위이자, 존재의 의미를 각인시켜 주는 귀찮지만 매우 소중한 업무였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됩니다. 


네가 사주는 건 다 좋더라. 고마워.


이렇게 말해주는 할머니가 떠올라서 할머니가 병원에 입소하시는 날부터 저는 쇼핑몰에 들어갈 엄두를 내기 힘들었습니다. 지금껏 쇼핑몰을 기웃거리면서 할머니에게 뭐가 필요할까? 지금쯤이면 할머니가 이게 필요할 텐데... 이런 생각으로 마냥 들떠서 구입하고 준비하고 있을 텐데 말이죠. 이젠 정말 필요한 것들만 후다닥 사고 나오기 바쁘네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것들, 할머니께 사드리기로 약속했던 것들이 눈앞으로 가리더군요.


꾸미기 좋아하고 먹는 것도 참 좋아하던 우리 할머니. 요즘은 뭘 좋아하세요? 할머니 웃는 모습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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