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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May 22. 2023

할머니, 안부가 궁금합니다

기저귀 발진으로 헐어버린 엉덩이


할머니께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전화하던 불과 몇 달 전의 나날들이 떠오르네요.. 공허함. 그걸 채워보려고 부단히 블로그에 애정을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생계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생계를 위한 일을 하려니 또 갑작스러운 일들이 생길까 염려가 돼서 쉽사리 시작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오늘은 어떤 하루셨나요? 이번주 내내 도통 연락을 받은 게 없어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아마 지난주부터 소변줄 대신 기저귀로 바뀌게 되면서 더 많은 기저귀와 물티슈가 필요로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걸 챙겨주시는 이모의 노고에 감사드릴 수밖에요...



보호자로서의 힘듦, 할머니는 이미 할아버지 병세로 다 알고 겪은 분이라서 더없이 힘든 시간이실 거라고... 그렇게 생각이 된답니다. 제게 종종해 주셨던 이야기니깐요. 그걸 면회 갈 때 할머니의 눈감음, 눈물, 표정에서 느껴집니다.


워낙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깔끔하고 잔병치레 정도로 견뎌내 왔던 할머니 셨기에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마음이 미어지네요... 트러블도 잦고 피부도 예민하고 민감하셔서 늘 씻고 닦고 바르고... 그게 일인데 말이죠.


요실금으로 소변을 찔끔찔끔 보기도 하고, 변비로 새벽 5시 무렵부터 한 시간 가까이를 끙끙~ 결국은 관장을 하며 소화기를 돌보며 위장약을 달고 살면서도 자주 씻고 청결한 게 제일이라 여기며 고기보다 채식과 된장을 먹기 위해 노력해 온 할머니의 일상을 알고 있기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 할머니?


기저귀는 자주 갈아주시는지? 소변이나 똥을 깔고 불편하게 누워계시는 건 아닌지... 물집 같은 게 나서 세**톤지 연고가 필요한 건 아닌지? 중요부위는 따뜻한 물로 씻겨주시는 건지? 잘 닦여는 드리는지?



지금은 스스로 할 수 없는 몸인지라 얼마나 답답하고 슬프고 힘드실까요... 이럴 땐 힘 좋은 체력으로 태어나지 못한 게 아쉽고 죄송스럽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제가 번쩍번쩍 들어드릴 수도, 할머니간병도 단번에 제가 케어할 수 있을 텐데...


지난번 방문했을 때 괴롭게 가래를 섹션으로 억지로 빼내는 과정에서 눈물이 맺히며 괴롭게 발버둥 치는 할머니를 보면서 얼마나 힘들던지 몰라요.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스스로도 충분히 가래도 뱉고, 먹고, 앉고, 씻고, 움직일 수 있다면... 말이라도 쉽게 다 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나빠지지만 마시라고... 염증과 합병증만 없어도 천만다행이라고 여기며 오늘도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녀는 이만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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