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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Aug 06. 2023

할머니의 생각이 궁금했던 오후 그리고 새벽


이별을 준비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마치 다가올 날을 위해 이야기하시는 것 마냥...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현재도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시선을 외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나는 생각한다.


저 무덤덤한 표정 뒤로 한 없이 여린 마음이 피눈물 흘리고 있으신 건 아닐까?


지금도 할머니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온다.


"지협아 얼른 밥 먹어라."

"집에 안 오나?"

"목욕 갈 채비 해라."

"얼른 자라."

"지협아~~~~~"


무슨 일이 있어도 없어도 늘 애타게 부르셨던 내 이름. 할머니의 그 목소리가 그립다. 꾹 다물고 있는 입술에서 다시 내 이름이 들리는 그날을 기대할 뿐이다.

아직 우리 집이랄만 한 공간은 없지만 우리 집이라고 부르고 싶은 우리의 공간에 언제고 할머니가 다시 방문하실 날을 위해 싸가져온 할머니의 살림살이들과 흔적.

할머니 손 때 묻은 물건들이라... 버리는 건 쉽지 않을뿐더러, 웬만해서 쓸만하다 싶은 건 신랑눈치 보이는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가능한 챙겨 왔었다. '할머니가 머물 때 분명 필요하실 거니까!'


그게 희망이었다. 그리고 비록 몸이 불편해진 할머니와의 또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질 거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벌써 5개월 차가 됐고 여전히 말을 아끼시는 건지 도통 들을 수 없는 목소리,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며 성치 않은 몸으로 먼 길을 감수하며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이제야 직시한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생기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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