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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화백 Oct 04. 2022

가족의 완성은 넷이 아니던가

사회적 통념


사회적 통념: 사회적 개념, 또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


어이없지만 나라는 인간은 당연한 사회적 통념이랍시고 머릿속 깊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있다.


그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대학은 다녀야 하지.

인생에서 결혼은 해야 되지 않을까.

결혼을 했다면 출산은 해봐야 하지 않나.

가족의 완성은 넷이 아닌가.


나라는 사람을 되뇌어 보면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고 자기만의 관념에 사로잡힌 노인들을 혐오 수준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면서 막상 나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상은 이보다 더 꼰대일 수는 없다 수준이어서 참으로 당황스럽다.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발상인가 싶다가도 나는 이러한 엄청난 인생의 대전제를 무시하고 살아가기 힘든 존재인 것이다.


내 나름 생각에 어린 시절 부모님의 양육은 그 어떤 강제와 강요 없이 방목하는 방식이어서 자유롭게 자라왔고 그로 인해 특별히 부모님 눈을 피해 거짓말을 한다거나 부모님 몰래 무언가를 도모한다거나 한 적도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 사춘기도 있어야 하기에 (이것 또한 내가 주장하는 사회적 통념인 걸까) 그 시기에 선생님께 반항도 하고 부모님이 학교에 오실 일도 만들고 하긴 했었다.

인상 자체가 조금 차가워 보이는 얼굴인지라 당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반항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던 건가 싶지만 막상 까 보면 현재의 나는 조직 안에서 결코 독단적이고 자유로운 주장을 펼칠 깡이 없는 사람이고 윗사람이 가볍게 던진 한마디를 며칠이고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내 인생에서의 선택들을 하나씩 돌이켜 보면 나 스스로가 좋은 대학을 나와 성공해야지! 라기보다는 '사회적 통념'상 대학은 나와야지. 하면서 학교를 졸업했고 너무 늦기 전에 결혼은 해야지. 하면서 마침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 뿅 하고 나타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도 계획적으로 1년의 신혼생활을 가진 후 임신과 출산, 다음엔 함께 일하고 공부하는 동기들에게 폐가 되기 싫어서 역시나 너무도 계획적으로 5년 터울을 가지고 둘째를 임신, 출산했다.

둘째 아이를 가져야 겠다 한 것은 역시나 '사회적 통념'상 가족의 완성은 네 명이라서 였다. 고민할 거리가 아니었다. 대학도 결혼도 두 번의 출산마저도. 그저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편도 같은 사람인지라 지금껏 그 역시 너무도 당연히 흘러왔다.


내가 대단히 아이에 대한 애착과 정성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일 수 있지만 이러한 나의 '사회적 통념' 덕분에 탄생한 아이들은 낳고 키워보니 새롭게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발견했을 뿐이다. 쓰고 보니 다분히 조선시대 어머니 같다.


나는 이렇게 너무도 당연한 것들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정말 어이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나 같은 사람이 분명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니 그 누구보다 꼰대 왕인 것 같아 스스로 무서울 정도) 어쨌든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또다시 이렇게 자아성찰을 하며 나는 꼰대였구나 마무리해본다.  


그렇게 완성된 어린이 둘을 포함한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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