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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화백 Oct 04. 2022

환승연애, 나는솔로, 돌싱글즈

리얼 연애물을 섭렵하는 아주미


  언제부턴가 리얼 연애 프로그램이 내가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되어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떠드는 걸 좋아라 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조금은 바뀌었다. 나라고 아주 외향적인 성격은 전혀 아니지만 남편은 정말 소수의 지인과만 연락을 지속하면서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는 요즘 mbti로는 I형인지라 내가 새로운 사람들과 떠들어대는 술자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었어서 같은 술자리에 있을 일이 종종 있었다. (내가 선배, 남편이 후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모임에 굳이 나가지 않게 되고 나 역시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진 게 아니라 차선책을 찾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의 티비 목록을 보면 말이다.


환승연애, 나는솔로, 돌싱글즈를 보면서 나는 사이버 세계에서 그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운다. 이상하게 드라마보다는 그런 리얼 연애 프로그램들이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을 보면 대놓고 허구임이 전제에 깔린 드라마보다는 '리얼'이라는 단어로 시청자를 현혹시키는 프로그램에 나 역시 대놓고 현혹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끝이 난 돌싱글즈의 세상 달달한 커플을 보며 '뭐야 뭐야~ 왜 저래~' 하면서 두근두근 발그레하고 

다소 심드렁한 다른 커플을 보면서는 '와... 저 남자는 진짜 아니지 않나??' 하며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핸드폰 속 그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한다. 난데없이 핸드폰을 뚫어버릴 기세로.


나는솔로의 최근 9기 한 남자 출연진은 세상 사람들의 뭇매를 맞았는데 나는 그에게만은 세상 관대하게 '뭐 그럴 수 있지..' 했다. 어찌나 이입왕인지 그 현장에서 제작진들과 기싸움이 싫었던 남자 출연자의 입장이 마구 이해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남자 출연자는 이런 바다와 같은 이해심을 가진 아주미 시청자가 혼자 티비를 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관심도 없겠지?


반면 현재 10기에 말빨로 밀고 있는 남자 출연자는 정말이지 부글부글 너무 별로라서 화가 나고 상대 여자 출연자에게 소리 없는 외침을 한다. '아이고 답답아!!'


또 환승연애는 어쩜 다들 그토록 애달픈지 출근길 핸드폰을 든 아주미 눈에 눈물이 주룩주룩 하고 난리다.


현실에서 내 연애감정은 너무도 고요해서 (물론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저 고요할 뿐이다. 고요하다 못해 비밀스러운 사랑이랄까) 사이버 세계의 연애담은 나에게 상당히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물론 방송국 사람들도 이런 현실이 고요한 아주미의 마음을 공략한 거겠지.


오늘도 나는 넷플릭스와 티빙을 이리저리 기웃기웃 넘겨가며 새로운 에피소드가 뜨는 날을 기다린다. 본방을 볼 수는 없는 현실이 정신없는 아주미이기에.


해은씨 세상엔 규민이 말고도 좋은 남자가 많아요. (아주미의 조용한 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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