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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6. 2016

태양의 인사, 크로아티아 자다르

2016 동유럽 여행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 있다는 자다르.

플리트비체에서 1시간 반 정도 달려서 드디어 바다로 왔다.
크로아티아 서쪽 달마티아 지역.
이제부터 남은 일주일 동안의 모든 크로아티아 일정은 바다와 함께 하리라!
아무렴, 여름휴가는 바다와 뜨거운 태양이 함께 여야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누워 온 몸으로 햇살을 맞이하는 그런 나른함. 뼈 속까지 따뜻해지며, 태양에게 온전히 몸을 맡기는 그런 무방비 상태.
햇살을 조금만 쬐어도 빨갛게 달아오르는 와이프는 이해 못하겠지만, 태닝은 여름마다 하는 나의 연례행사와 같다.
이미 충분히 까맣지만, 늘 까만 피부를 추구하고 좋아했으며,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다. 다행히도 나는 피부가 두꺼워서 태닝이 순조롭게 잘 된다.
암튼, 나의 이 소소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날들이 다가오는구나.
바다를 보자마자 피부의 세포들이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다와 태양. my favorite!!
야자수와 요트, 그리고 바다!
요트선착장의 규모가 꽤 컸다. 일몰이 가까워지면 바다에 요트들이 둥둥 떠있다.
우리 부부의 셀카! 여기가 바로 '테양의 인사'. 밤이되면 여기서 LED조명이 발한다.


다시 자다르 이야기로 돌아오면,
자다르는 십자군의 횡포에 희생된 유럽 국가 중 하나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에게 무려 800년 동안 정복당한 아픔이 있는 곳.
하지만 그때 흡수한 뛰어난 베네치아의 문화가
지금의 자다르를 관광도시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는 언제나 현재의 이야기니깐.
고대와 중세시대의 성벽과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올드타운.
참 활기차고 화려한 구시가 속을 많이 걸어 다녔다.
걷다가 힘들면 노천카페에서 차가운 콜라를 시켜먹고, 지겨워지면 다시 해안가로 나가서 플리마켓을 구경했다.

자다르가 관광국으로 더 유명해진 계기는,
히치콕 감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라 극찬한 일몰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바다와 파도가 주는 바람소리로 연주되는 '바다 오르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낮에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이용해 밤에 LED조명을 아름답게 발현하는 '태양의 인사'가 있다.
게다가 이 세 가지를 같은 장소에서 즐길 수 있으니
일몰이 가까워지면 모든 관광객들이 그 장소로 모여 함께 일몰을 감상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그건 체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그 순간을 만끽했냐에 따라
그 순간은 살아 움직이는 과거가 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저 사진 한 장의 추억으로 오래된 서랍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셔터를 누르고, 글을 쓰는 행위는 아마도
그걸 더 오래 간직하고 싶은 노력일까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렇게 구시가로 들어가는 성문이 있다. 여기를 들어서면서부터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인위적인 조경이 아니다. 허물어진 벽이 있던 자리를 인테리어삼아 야외테이블을 만들었다. 이런 노천카페가 거의 대부분!
나로드니 광장과 시계탑.
골목 매니아, 우리 부부.
올드타운의 흔한 모습들. 그저 거리를 걷고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여행이다.
와이프의 베스트 컷. 찍어준 사람이 잘찍은 것 같다. 물론 내가찍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며 잠깐 쉬었던 노천카페.
로마시대와 중세시대의 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나저나 자다르 구시가는 너무 좁아서 이것저것 구경하지 않고, 그냥 발길 닫는 대로 걷다 보면 반나절에 구시가를 몇 바퀴나 돌게 된다.
맑은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다른 관광객들을 보며
아, 수영복이라도 가지고 나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와이프는 주목받는 걸 싫어했을 테지만.
참, 그러고 보면 서양인들은 남들 눈치를 전혀 안보는 것만 같다.
사람들이 주목을 하든 말든, 수영하고 싶으면 수영을 하고, 눕고 싶으면 눕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들의 과감한 행동을 보며
나도 영락없이 한국인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나도 저렇게 자유롭고 싶다.
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너무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던가.
체면과 예의가 가장 중요하다 보니 제약이 너무 많지 않던가. 그것도 다 누군가가 규정해둔 의미 없는 제약이 아니던가. 남들이 이렇게 본다. 저렇게 본다 등등의 나보다는 남들 위주의 생각.

이제 그만, 장점은 가져가고 단점은 과감히 버리자.
결혼까지 한 나도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면 바로 제약이 시작될 거다.
아빠가 하시든, 장인어른이 하시든 그건 시간문제다.
"자네 그 턱수염은 뭔가....."
"... 자...자...(자유로움의 상징입니다..;;)"

오늘 나의 베스트 컷! 요즘 작품활동이 왕성하다.
일몰을 감상하며 한 컷. 사람들이 다 이곳으로 모인다. 우리가 앉은 자리 바로 아래에 바다 오르간이 연주되고 있다.
해질무렵의 바다와 요트.
플리마켓에서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관련 작품을 하나 구입했다.
가장 아름답다는 일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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