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동유럽 여행 이야기
고대와 중세, 그리고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스플리트에서는 천년을 훌쩍 넘어서는 시간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천오백 년 전의 흔적들은,
박물관이나 유적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을 테지만, 스플리트는 그 천오백 년 안으로 들어와서 지나간 시간들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질 수 있게 한다. 그야말로 황홀한 경험이다.
그 옛날(1700년 전) 스플리트를 사랑한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십여 년에 걸쳐 궁전을 지은 이후, 그 흔적이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외적의 침입을 막아주는 든든한 성벽으로 변형되었고, 현재는 그 황제의 흔적 속에서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궁전은 식당과 상점 그리고 민박집으로 변했고, 건물 사이를 올려다보면 빨래가 걸려있고, 골목에는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
허물어져가는 옛 궁전 벽은 노천카페로 이용되고,
로마와 중세시대에 사람들을 불러모았던 광장에서는 21세기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짜, 이런 멋진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아니, 그 속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니.
이 살아 숨 쉬는 유적지 위에서(당연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다.) 잊지 못할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스플리트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또 다른 하이라이트! 바로 이곳이 지중해임을 상기시켜주는 '리바 거리'가 있다.
상점과 노천 테이블,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긴 해변에서 우리 부부는 더위와 햇볕을 피해 자주 시간을 보냈다.
이 도시는 그야말로 활력이 넘쳤다.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궁전 안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리바 거리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고,
지중해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아, 그랬지! 우리가 여행 중이구나!
스플리트는 우리가 여행자임을 상기시켜주었다.
여행의 중반, 일상이 그리워지려던 찰나
지중해 연안의 이 작고 화려한 도시는 우리를 다시 한번 여행의 정수 속으로 끌어들였다.
여행 12일째, 이제 여행의 절반이 지나갔다.
이런 장기 해외여행은 처음인 우리 부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고, 쉬고 있는 일터가 걱정되고, 한국에서 먹는 익숙한 음식들이 그리워질 때가 되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쌓여가는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 속에서,
힘들지만 버텨내는 둘만의 단단한 시간들을 공유해가며, 우리 좀 더 성장해가겠지. 여행을 통해 우리의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지겠지. 지중해의 푸르름을 보고 마음이 좀 더 넉넉해지겠지. 두 손 꼭 잡고 걷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좀 더 겸손해지겠지.
우리, 그렇게 여행이 주는 낭만을 만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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