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괴물 Aug 30. 2016

앙코르와트 유감(有感)

역사 전공자가 다녀온 인류의 문화 유산

예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인류의 문화유산 앙코르 와트.

여전히 수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그 찬란한 유적 위를 차분히 걷고 또 걸었다.

신의 힘을 빌어 인간을 다스리려했던,
그 미완성된 웅장함 속에서
천 년 전 이 곳에서 일어났을
많은 영화로움을 상상했고,
지키려는 왕의 위태로움과
그걸 바라보는 백성들의 불확실성을 간접 체험했다.

위태롭고 불확실한 모든 역사의 흔적들이 그렇듯,
이제는 낡고 부식해버린 천 년의 세월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쫓았다.

천 년 전 동남아시아를 호령하던 나라는,
지금 선조들의 흔적으로
겨우 먹고사는 나라가 되었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도
끊임없이 전쟁을 치뤄야했던
죄 없는 이 나라 백성들의 눈빛에는
은은한 피곤함이 서려있다.
경쟁없는 작은 만족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너그러운 삶이라고 하기에는,
이들의 일상이 너무 가엾고 무기력했다.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지어진 유적에서,
많은 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을 반복하였고,
비극을 딪고 희망을 찾은 땅에서,
또 다시 많은 이들이 희생되기를 반복하였다.
킬링필드의 잔혹함을 겪으며,
인간의 지독한 잔인함에 치를 떨었던 이들은
다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의 희망을 위해 기도한다.
그 무엇보다 강한 인류의 생에 대한 본능 앞에서
한 없이 뭉클해졌다.

그 먹먹한 감정 속에서,
나의 현재에 대한 우연성을 생각하다가,
나의 삶에 대한 필연성을 가져다 준 신께
깊이 감사했다.

...유적지나 박물관을 다녀올 때면
늘 감성이 발동한다.
머물러있는 역사가 거창한 인류의 흔적인가 싶다가도,
고단하고 불확실한 인간의 일상이었음을 자각하는 순간,
괜시리 생각히 많아진다.

역사는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인데
그 단순성이 내 삶을 가끔 초라하게 만든다.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건지,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래서 기도하는 거라고, 누군가 말해주었다.


건물과 나무가 몇 백년을 함께 공존했던 흔적.


매거진의 이전글 2016 지리산 종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