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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30. 2016

To. 신부에게

발리로 떠난 신혼여행 이야기

혼자서 방황했던 지난날들을 결혼이라는 행복으로 보상받듯,
너무나 추웠던 겨울,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따뜻한 섬 발리였다.
가끔은 따뜻함을 넘어 뜨겁기도 한 그런 섬.

내가 꿈꾸던 허니문은 태양과 바다와 휴식이 있는 그런 여행이었다.
살면서 또 해보지 못할 그런 호사를 누리며
잠에서 깬 뒤 시크릿 풀에서 수영을 하고,
수영하다 지치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선베드에 누워 잠시 햇볕을 쬔 뒤 다시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그런 여행.

물론, 이번 우리의 발리가 그런 여행이었다.


처음 가본 풀빌라는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수영장도 수영장이지만,
야외에 있는 스파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을 잊고, 그냥 힘을 빼버리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온전히 여행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식 부부가 된 사랑하는 와이프가 곁에 있다는 평화로움까지.

발리에서는 특별히 리조트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리조트를 산책하고, 센터에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다시 수영과 스파를 즐기는 일.
남들이 다 이야기하듯,, 아마 이런 여행은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행복했던 날들을 보냈으니 후회는 없다.

해변에서 식사하는 우리를 위해 악사분들이 즉석 연주를 해주었다 :)



MJ, 10년 뒤 우리는 어떤 부부가 되어있을까?

많이들 이야기하잖아. 결혼은 현실이라고.
결혼하면, 행복 속에 숨어있던 많은 어려움들이 찾아올 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많은 것들을 잃게 되었을 때,
많은 벽에 부딪치게 될 때,
작고 연약한 인간이란 존재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늘 우리에게 어려움이 있을 거야.  

하지만, 난 그것까지도 기대가 된다.
너와 함께라서, 그리고 우리 가정을 지켜줄 하나님이 함께라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희로애락을 충분히 만끽하며 살아가자.  
서로 믿고 의지하며,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서로를 위해 기도하자.  
누군가가 기도를 잊고 지낼 때에도, 늘 서로를 위해 먼저 기도하자.  
우리의 중심에 하나님을 두고, 담대하게 헤쳐나가자.
우리의 부족함을 늘 고백하고 겸손해지자.

우리 언젠가 이야기했었잖아.  
하나님이 우리 둘을 하나로 묶어 주신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야.  
건강하고 사랑스런 우리 가정의 모습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높여드릴 수 있도록 사랑하며 살아가자.  

MJ,

지금 우리 젊은 날,  
참으로 빛나고 열정적인 시절을 보내고 나면
어느덧 우리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겠지?
어느 순간 세월의 그윽함이 우리에게도 찾아올 거야.
  
우리 그때 더 빛나는 부부가 되자.  
그저 밝기만 한 한줄기 젊음의 빛이 아닌,
성숙한 빛의 숲을 만들어가자. 사랑의 숲을 꾸려나가자.  
너와 함께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우리의 성숙한 중년과 너그러운 노년.
백발이 되어도 두 손 꼭 잡고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너를 알고 지낸 몇 년, 너의 손을 잡은 지 몇 달.
이 행복의 날들 보다, 앞으로의 나날들이 더욱 기대되는 건 참 벅찬 일이다.  

사소한 것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우리.
주변을 보살필 여유를 좋아하는 우리.
대화의 소중함도, 독서의 소중함도,
혼자보다 함께라는 소중함을 만끽할 줄 아는 우리.
언젠가 갖게 될 우리의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우리의 사랑을 전해주자.

삶의 가치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주입시키려는 경솔을 범하기보다는
그들이 잠시 우리의 무언가를 통해 쉬어갈 수 있고,  
그걸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도록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자.

욕심보다는 겸손하고, 사려 깊은 부부가 되고,
물질의 부자보다는 마음의 부자가 되고,  
작은 것도 이웃에게 베풀 수 있는 부부가 되자.

삶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부부가 되자.

MJ,
우리 행복한 부부가 되자.
행복한 사람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가득하기 마련이거든.

우리만의 리듬으로 축제 같은 이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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