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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Sep 05. 2016

대영제국의 심장, 런던 이야기

유럽여행 에세이


런던은 어딜 가나 거리가 참 예뻤다.
다른 나라의 낯선 풍경들이 다 그렇겠지만은,
유럽에서도 전통을 더 중요시하는 런던의 풍경은 무언가 단단한 모습이었다.
단단하면 예뻐 보이기 쉽지 않은데, 묘하게 멋이 있는 풍경이랄까.

그런 단단하고 예쁜 길을 참 많이 걸어 다녔다.

새롭게 건물의 용도를 바꾸고자 할 때에도 예전 건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여전히 신축 빌딩의 층수를 제한하는 등,

옛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그들의 의지가 엿보였다.

다 도시 나름이겠지만은
고층빌딩과 아파트로 둘러 쌓인 서울에서 살다 보니, 이런 풍경들이 괜히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도시인데도 그 고풍스러움과 옛것의 조화로움이 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큰 축복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도시로써도 이미 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자연과 유적 등의 관광명소가 아닌,
도시를 앞세워 관광 선진국으로 선다는 건 나름의 큰 노력이 있었을 것이니
여행자인 나로서는 그것을 마음껏 즐기는 수밖에.


유럽 역사의 또 다른 중심지인 런던.
인류 역사의 큰 변혁이었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장소.
자연재해와 화제, 제2차 대전으로 몇 번의 끔찍한 아픔을 겪고 다시 이겨내야만 했던 도시.

하지만 지금은 대영제국의 심장으로서 강인한 향기가 아름답게 퍼져 나는 곳.

여행하는 내내 그곳에서 일어났을 과거를 상상하며, 인류의 흔적들을 따라서 이곳저곳을 걸었다.
비 오는 런던과,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거리의 풍경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런던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축구경기 관람!
어둠의 경로로 얻게 된 아스날의 경기 티켓!
그 기쁨은,, 적어도 축구에 20년 이상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아무튼, 저녁 경기를 위해 하루 종일 들떠있던 나는,
경기 시작 한 참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유니폼을 사 입고, 목청 터져라 응원도 하고, 경기가 끝난 뒤 텅 빈 경기장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영국 사람들의, 아니 유럽 사람들의 축구 응원 열기는 정말 알아줘야 한다.
그 작은 땅덩이에 정말 수많은 클럽 팀이 있고,
자기가 소속된 지역의 팀을 정말 내 가족의 일처럼 여기며 응원하는 문화.
혹시 경기에서 지더라도 그들을 위로해주고,
이겼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그런 문화를 몸소 경험하고 왔다.
그들의 축구사랑은 정말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가 아닐까.

축제가 부재한 우리나라.
쌓인 스트레스를 풀 곳 없이 쌓아두며 사는 우리나라.
한 민족 특유의 흥과 멋을 회식자리에서만 겨우 풀어내야만 하는 그런 우리나라.

나는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만 존재한다는 '울화병'에 대한 작은 해결책을 이러한 소속감과 축제, 그리고 그 속에서 소리치며 울고 웃는 감정의 표출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왔다.
우리는 그저 참으라고 배워왔지만,
그게 선비의 미덕이라고 배워왔지만,
여행지에서 본 이들은 참지 않았다.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 소리치고, 환호하고,
옆사람과 껴안으며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점점 더 삭막해지는 우리나라도 하루하루의 일상을 축제로 바꿔줄 수 있는 그런 무언가가 더 발굴되어
사람들이 더 많이 울고 웃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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