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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Sep 07. 2016

가능성이 주는 미학

인문학이 좋은 이유


내가 인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결코 답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용적인 학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답을 제시하여 수많은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은

'근대'가 주입시켜놓은 일종의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그 불확실성은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나는 그 불확실성이 주는 위태로움이 좋았고,

무수한 가능성들이 주는 설렘을 사랑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인간에 대해, 어떻게 사는 게 사람다운 것인지를 공부한다.


그러기에 인문학의 목적은

때론 그냥 느끼는 것이다.


소설이 쓸데없는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다.
문학은 결코 정답을 강요하려는 오만이 없다.

소설은 사람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때로는 얼마나 슬픈 곳인지 느끼게 해준다.
인간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이 희로애락의 감정은 수 많은 법칙들 보다 더 중요한 진실을 알려주고,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은 시야를 건내준다.


타인의 관점을 훔쳐 세상을 풍요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 주는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인문학, 그중에서도 문학에 집착해왔다


가장 인문학적인 글을 쓰는 작가로 김훈님을 뽑아봤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역사와 철학과 미학이 동시에 조화롭게 존재한다.



사람의 성장은 사회화되는 과정이다.

얼마나 사회에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서 그의 지위가 결정된다.
공부를 잘하고 사회적 규범을 잘 따르며, 사회적 관계에 적극 부응하며 움직일 때 사회는 칭찬과 보상을 준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화 과정이기도 하면서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적 인간을 재생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노예화 과정이기도 하다.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가 그토록 무관심하게 대했던 철학과 미학, 소설 등이 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아름다움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운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사람이란 무엇이고 어떤 때 감동하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인문학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반가운 요즘.
이제 근대성이 주입시켜놓은 '논리'는 지고 있고,
대신 논리가 아닌 '감성'이 주목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형이 그걸 선물해주고 떠났다.

전자기기에도 예술과 감성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사실 나는 잡스형이 말한 본질과 통찰력은 아직 잘 모르지만, 그동안 내가 감동받으며 읽은 책들, 만나왔던 수많은 멘토들의 흔적이 꽃을 피우는 날이 오길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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