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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Sep 13. 2016

타인을 쉽게 평가하지 않는다

생각이 필요한 시간


늘 기차에만 앉으면, 머리 속이 차분해지고,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평소 생각나는 사람에게 안부도 묻고 싶고,
듣고 싶은 음악도 스물스물 생각이 난다.  

물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잠자기 이긴 하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다.
일단 이것저것 덮어놓고 음악부터 좀 듣자.
하면서 이어폰에 눈을 감고 있으면,  
어느새 절반이나 온 상태고,,
급한 맘에 뭔가라도 할까 싶으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글이라도 써야지 싶어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아까 잠시 sns를 하다가 페이스 북에서 읽은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남을 쉽게 평가하지 않는다."
아마 <호감 가는 사람의 7가지 법칙>이었나 그랬을 거다.  
워낙 법칙들이 많아서, 이걸 다 따라가다가는 병이 나고 말 거다 싶지만.
남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그 말이 참 맘 속에 남았다.  

참 어려운 거라서.  
내가 참 지키고 싶은 거라서, 그래서 그럴 거다.  


사실 누군가를 평가해야 내 삶이 더 정당화되고,

왠지 나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위안을 받고,
동료들과 공감이 생기고, 그러면서 또 우리가 서로 친구임을 확인하고,
뭐 꼭 친구가 아니더라도 같은 편임을 확인하고

등등.  
그런 사회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평가하지 않았을 때도 마음이 맞아야 같은 편인 거다. 그래야 진짜 친구인 거다.  
같이 공감하고, 같이 평가하면서 마음을 확인하는 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절벽 같은 거라서
아주 위태로울 따름이다.

평가자의 입장이 되어 보니 알 것 같다.  

과연 인간이 타인을 평가할 수 있을까?


문득, 평가는 신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맞다/틀리다의 기준은 누군가가 만.들.어. 낸 거다.

신이 아닌 인.간.이.

평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럴수록 내가 더 부끄러워질 뿐이었다.

그게 결국 나를 되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리처드 윌리엄스의 <피드백 이야기>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피드백은 상대의 심장을 빼앗을 수도,

상대에게 심장을 달아줄 수도 있다.'

...

난 그럴만한 위인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

...

틀 안에 갇히다 보면 그 안에서만 사고하게 된다.

내가 앉아 있는 곳만 생각하면 그곳이 전부인 것처럼 보여도

조금만 거기서 벗어나 보면 알 수 있다.

아주 작은 부분의 일부라는 것을.  


몇 해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주목받고 있다.

세상이 주입시켜놓은 판단 기준을 뒤엎는,

편견을 오히려 상상의 도구로 생각하는 그들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들 대다수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준을 거부한 이들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리듬이 아닐까 싶다.

눈치 보지 말자.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가 나무를 얼마나 잘 타고 오르는지로 물고기의 능력을 판단한다면, 그 사람은 평생 자기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살 것이다."  - 아인슈타인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싶은데,
자기가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사회다.

문득 사는 게 참.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를 습득해야만 하고,  
매 순간 그 정보들을 강요받는다.  
내 이야기가 너무 빨리 퍼져나가고,  
남들의 이야기는 그것 보다도 더 도처에 깔려있다.  

무슨 성공에 대한 법칙은 그리도 많은지.
죽기 전에 해야 될 것도,
20대에, 30대에 해야 될 일들도 얼마나 많은지.
긍정도 좋고, 감사도 좋고, 칭찬도 좋고.  
뭐 다 좋은데,  
그 정보들이 넘쳐나는 덕분에 복잡해지기만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그 단순하고 간결한 행위 속에
각자의 인생 가이드들이 무수히 더해져 어지럽기만 할 뿐이다.  

서울이란 도시가 특히 그렇다 생각했는데
그냥 문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잘난 인터넷과 미디어는 대한민국 구석 골짜기까지 강력히 퍼져있다고,
광고에서 서로의 지배력을 자랑하기 바쁘다.  

내가 기술문명에 대한 비판을 자주 하는 까닭은
그냥, 가끔 그게 너무 버거워서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이유를 찾는다면.
친구들이건 가족들이건,  
만나서 서로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그냥 너무 안쓰러워서.
괜히 그 기술문명에게 질투가 나서 그렇다.  

변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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