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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Sep 24. 2016

당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력서를 받아보며.


얼마 전부터 회사에서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되어 채용을 진행 중이다.

보잘것 없는 작은 회사지만 꾸준히 문을 두드려주는 고마운 지원자들 덕분에,

하루 몇 통씩의 이력서를 읽으며 우리 회사와 가장 잘 맞는 동료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꼼꼼히 읽으며,

문득 6년 전,

사회로의 첫 발걸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처음 작성했었던 나의 이력서가 생각이 났다.


비즈니스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었던 턱에

한껏 감성을 담아 썼던 이력서.

마치 에세이를 쓰듯,

때론 유연함 없는 딱딱한 채용 프로세스에

슬며시 반항을 하듯

내 스타일대로 고집했던 이력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 쑥스럽게 느껴지는 항목들이지만, 그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내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입사 당시 지원서에 [장점]을 적는 항목이 있었는데,

난 거기에 망설임 없이 '인복(人福)'이라고 적었다.


기업이 기대하는 필수 덕목인,

리더십, 책임감, 성실, 집요함, 풍부한 경험, 어학실력 따위의 덕목이 아닌,

추상적이다 못해 황당하기 그지없는 바로 '인복’.


말 그대로 사람 복이 많다는 거다.

이게 장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확하지만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인복'이다.


살면서 늘 내 곁에는 멋진 사람들, 멘토 같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그들은,

방황할 땐 그 방황을 낭만으로 바꿔줬고,

성공이 산이라고 착각했을 땐,

인생은 드넓은 사막이라 말해줬으며,

정신없이 뛰어가다 길을 잃었을 땐,

지도를 건네주는 대신

잃어버린 그 길도 길이라고 토닥여줬다.


결과보단 과정을 사랑하라고,

자신감의 비결은 무모함과 베짱이라고,

행복의 비결은 기도와 감사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유쾌함'이라는 항암제를 놓아주었다.


고백하건대,

세상의 경이로움과 삶의 감동을 함께 나눠준 그들 덕분에 내 인생은 언제나 축제였다.


너무나 대단한 그들이 나와 친구가 되어준 건 백 번 생각해도 너무 과분한 일이다.


그 이력서를 쓴 뒤, 6년이 지나버린 지금도 여전히 나의 장점은 변함이 없다.

그 장점하나만 믿고 사회에 뛰어든 뒤에도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들 틈 속에서 하루하루 과분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행복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준 당신들이 있었기에

올 한 해도 ‘인복’이 만들어낸 풍요로운 시간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함께 일하게 될 귀한 누군가가

나의 또 다른 ‘인복’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고,

나 또한 그 귀한 누군가에게

지금껏 받은 풍요로움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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