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처럼
"떠나도 괜찮아."는
내가 요즘 밀고 있는 슬로건이다.
회사가 너무 바빠서 휴가를 써도 되나 눈치만 보다가 눈 딱 감고 과감히 유럽여행을 다녀왔는데,
큰일 날 줄 알았던 회사가 아무 일도 없었다.
책상을 뺀다고 협박당했었는데 책상도 그대로 있었고, 하던 일이 잘 안 돌아갈 줄 알고 내심 걱정했었는데, 내가 없으니 더 잘 돌아가고 있었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무 일도 없었다.
여행레저 관련 IT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떠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
그 무거운 책임감을 살짝 내려놓고 여행자의 삶을 한 달 살고 왔더니,
왜 사람들에게 여행을 권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여행이 주는 행복을 통해 가정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회사의 사명이 더욱 와 닿았던 값진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떠나도 괜찮아!"
아, 물론 회사를 떠난다는 말은 아니다.
혹시라도 우리 회사 누군가가 나를 눈치채고 대표님께 일러바칠 수도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한다.
여행을 다녀온 뒤,
일상에 복귀하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사무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구나,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가 공짜구나,
푹 쉬고 왔더니, 또 쉬고 싶구나,,,
하지만, 여행의 여운이 너무 좋았던 탓에
무엇보다 일상을 여행자처럼 살 수는 없을까를 많이 연구했다.
여행을 가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너무 좋기만 했는데, 그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는데,
왜 일상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
근데 그 답을 우연히 어느 책 속에서 발견했다.
박웅현 씨의 <여덟 단어>라는 책인데,
이 구절을 읽고 참 신선했고, 또 놀라웠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여행지에서 랜드 마크만 찾아가서 보지 말고 내키면 동네 카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벼룩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거야. 그게 더 멋져. 그리고 생활은 여행처럼 해.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있다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갔다가 다신 안 돌아온다고 생각해봐.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 <여덟 단어> 중.
그래서 오늘부터, 이 도시에서 딱 3일만 머문다고 생각해볼 예정이다.
아무래도 오늘부터,, 회사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