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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Oct 04. 2016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 창덕궁

세계문화유산 창덕궁 산책


이틀 동안 내린 반가운 가을비 덕분에

오랜만에 쉬어 갈 수 있었고,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 답게 아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 오늘, 고대하던 창덕궁을 다녀왔다.

지난번 덕수궁을 다녀온 뒤로,
고궁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그냥 나들이 코스로만 다녀오던 곳들을

카메라와 함께 찬찬히 둘러보는 여행인데,
역시나 갈때마다 유럽여행 못지않은 즐거움과 감동을 가득 안고 오게 된다.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의 모습.


창덕궁은 우리나라 고궁 중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이 되어있다.


창덕궁은 정궁인 경복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다.
평지에 잘 정렬되어 세워진 경복궁과 달리,

창덕궁은 북쪽 응봉에서 흘러나온 자연 지형을 고스란히 이용하여 자리를 잡았다.

궁궐을 이루는 건물들은 일정한 체계 없이,

주변 지형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지만

그 무질서함 속에는 주변 구릉의 높낮이뿐 아니라 그 곡선과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과 자연이 잘 조화된 환경디자인 사례이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전통의 공간 분위기를 읽게 하는 그 중요한 가치가 인정되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지어진 다른 궁들과는 달리,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유연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창덕궁.


조선의 왕들 중에는 정궁인 경복궁 보다 창덕궁을 사랑한 왕들이 많았다고 한다.
왕으로서의 인위적인 권위를 내려놓고,

자연과 같은 조화롭고 유연한 통치를 하고 싶어했던 조선의 왕들.

때로는 자연 속에 걱정 근심을 다 내려놓고 싶었을 그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느껴보고 싶어서

무겁지 않은 진지함을 안고 궁 안을 여행했다.


화창한 날씨와 연휴가 겹친 덕분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돌담과 푸른 하늘과 소나무. 기분 좋아지는 환상의 조합.
 궁 안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넓은 궁궐 길이 짠하고 나타난다.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무엇인지 시작부터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궁궐 안에 나무를 가져다 놓은 건지,

아니면 나무가 있던 자리에 궁궐을 지어 놓은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창덕궁은 자연 속으로 가득 스며들어 있었다.


사실 이렇게 궁을 여행할 때 가장 좋은 건,
궁을 설명해주시는 가이드와 시간을 맞춰서 함께 궁을 거니는 것이다.
특히나 처음 가는 궁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곳이 어떤 곳이고,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에피소드를 듣는 순간
500년 전, 이곳에서 일어났던 그 모습들이 갑자기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지곤 한다.
그때부터 시공간이 더 신비롭게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갔기 때문에 가이드를 받진 못했지만
다음에 갈 때는 꼭 다시 설명을 들어볼까 한다.

하지만 오늘도 아침부터 창덕궁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꼼꼼히 읽어가며 일부분이라도 그 느낌을 느껴보고자 했다.

그리고 천천히 오랜 시간을 두고 궁 안을 거닐었다.

500년 동안, 왕과 신하들만 다녔던 길을 이제는 누구나 갈 수 있게 되었다.



궁 내부에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꼭 궁을 지키고 있는 신하들 같이 느껴졌다.

평생동안 궁 안에서만 생활해야만 했던 수많은 신하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나무들.
500년 동안 이 궁을 거쳐간 많은 일들과 함께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나무들.

문득 뭉클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가을이라 그런가 보다.


카메라에서 맥북으로 사진을 옮기면서 '즉석사진 필터'를 한 번 넣어봤다.
궁궐 곳곳에 이런 정원들이 숨겨져 있다.
함께 여행을 했던 와이프+친구커플들. 또 다른 한 명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행복하다.
위의 사진에 빠져있던 나머지 한 친구, 포토그래퍼 정혁 :)
가을 하늘이 메인인 사진으로 구도를 잡아봤다. 하늘 아래 궁궐, 그리고 나무들의 조화로움.
저기 오른쪽 건물은 카페다. 간단한 음료와 기념품을 파는 곳.
3/4 정도를 구경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많이 이동해 있었다. 긴 그림자와 궁궐 속 노을의 조화가 참 예뻤다.


그리고 유난히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많았다.
정말 남녀, 연령,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여행자들이 한복을 입고 궁 안을 즐기고 있었다.

한복을 입으면 고궁이 무료입장이기도 하거니와,
색다른 추억을 남기고 싶은 귀여운 사람들.

한복이 궁궐과 참 잘 어울렸다.
말할 것도 없겠지만.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을 마지막으로 거닐었다. 정일품의 자리에 서고 싶었지만, 어쩐지 나의 자리는 이곳인 듯 여겨졌다.  높게 올라갈수록 힘들기만 하겠지.
인정전은 국보 제255호로 지정되어있다. 인정(仁政)은 말 그대로 '어진 정치'를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인정전 내부의 모습.


원래, 글쓰기를 더 좋아하지만
오늘은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가을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 그리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눈으로 많이 담아보고자 했던 그런 날.


누를 때마다 들리는 카메라 셔터음 소리가 그저 반갑기만한 푸르른 가을이었다.


단풍이 지면 다시 한 번 창덕궁에 오려 한다.
많은 이들이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산과 들로 발걸음을 옮길 때,
나는 도심 속 궁궐에서 단풍을 맞이할 생각이다.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궁궐에서 바라본 단풍은 생각만으로도 아련해지는 그런 풍경을 자아낸다.


한 달뒤,

500년 동안 왕과 신하들만 볼 수 있었던 그 고귀한 걸작품 앞에서

또 다시 소박한 글을 끄적일 수 있길 희망한다.  


곧 결혼을 앞둔, 나의 베프 커플. 사랑스러운 연인의 뒷 모습과 창덕궁의 노을 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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