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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Oct 17. 2016

터키 여행의 꽃, 카파도키아

가족과 함께한 터키 여행 #2


#.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지중해를 떠나 다시 터키 중부로 향했다.


거쳐가는 도시들마다 쉽게 볼 수 있는

이슬람의 첨탑이 참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터키를 이야기할 때 이슬람 종교를 빼놓을 수 없다.

2천 년 역사의 중심에서,

때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사를 움직였던 종교.


대학시절 역사를 전공할 당시 이슬람 문화에 대한 강의를 두 개나 들었던 적이 있다.


너무나 다른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믿는

그 종교를 통해 역사를 읽고 싶었다.


20억 무슬림.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터키.


단지 일부 과격 단체들의 테러로 인해 오해받고 있는 그런 종교.

서구의 문명, 특히 미국의 문화 속에서 개화를 했던 우리와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종교.


하지만, 인간이 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치열하고 혼란했던 그들의 역사를 지켜보며,

나약한 인간의 숙명에 대한 연민을 깊게 생각했다.


점점 더 하나가 되어가는 글로벌 세대 속 우리들이 가져야 할 포용과 관용을 생각했고,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 틈에서 인류의 사랑과 우정을 느끼고 싶었다.


이번 터키 여행이 나에게는 색안경을 벗겨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과 데린구유


그리고 다음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카파도키아(Kappadokya)로 향했다.


터키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

언제나 열기구가 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날씨, 특히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연의 선물인지라 열기구를 타기 위해 며칠씩 카파도키아를 머무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한다.


정해진 일정이 있는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시간.

터키에서의 가장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길 바라며,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그들의 신이 아닌, 내가 믿는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이스탄불에서 남쪽으로 그리고 동쪽으로,

또다시 북쪽으로 여행을 시작한 지 6일째 되는 날.


드디어 도착한 카파도키아는

그야말로 신과 인간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품이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등장하는 카파도키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지구의 보물 중 하나이다.


자연이 선물한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그 자연의 흔적을 이용하고, 또 삶의 터전으로 다시 만들어 사용했던 인간에게 박수를 보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를 그린 작가가 바로 이 버섯같이 생긴 카파도키아를 보고 작품의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



그리고 이 자연의 선물 앞에 묵묵히 존재하는

역사의 아픔이 가득 담긴 데린구유.


로마의 종교탄압과 이슬람 세력을 피해 카파도키아로 숨어든 기독교도들은 거대한 지하도시를 건설하고 교회와 수도원을 만들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고자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구유는 최대 3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대규모 지하도시이다.


과학적 설계로 이루어진 통풍구와 정교한 지하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곳 또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은

서로 너무나 정당 했을 것이며,

그 정당함 앞에 인간은 결국 또다시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아프고 간절한 흔적을 스치며

현재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겸손함을 느끼고 왔다.




#.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


그리고 그러한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또 다른 인간의 기술인 열기구를 타고 잠시 동안 하늘을 날아보았다.  

가스가 내뿜는 동력과 바람의 움직임으로 조정되는 바구니에 앉아서

자연과 인간에게 동시에 감탄했다.


사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카파도키아는 그저 작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었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열기구가 감동이었고,  

그 열기구를 타려고 몇 시간이나 비행기에 오르게 되는 인간에게 감동이었다.

그 새벽 그것에 올라타기 위해 자연의 섭리를 기다리는 우리들,

그리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사람들에게 찰나의 행복을 주는 누군가의 힘이 느껴졌다.  


카파도키아의 절경에서는 자꾸만 인간의 의지가 엿보였다.  



열기구를 타기 위해서는

먼저 새벽 4시 즈음 열기구를 운행하는 현장의 베이스캠프로 이동을 해야 한다.


베이스캠프에서 한 시간 가량을 머무르면서 열기구의 운행 가능 여부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


그날 그날 동틀 무렵의 날씨를 체크하여 현장에서 바로 운행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우리에게는 참 초조하고 긴 새벽시간이었다.


어제와 그저께는 열기구가 뜨지 못했던 날이었기 때문에 혹시 오늘 운행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상황.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열기구가 뜰 수 있는 시간 또한

동틀 무렵으로 한정이 된다.


멋진 일출을 보기 위한 까닭이거니 생각했었는데,

자세히 이유를 들어보니

해가 뜨고 나면 햇빛이 주는 온도가 열기구 안의 공기를 팽창시켜 열기구를 조절하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내부의 열로써 운행되는 열기구의 민감도를 방해하는 것이다.

물론, 강행하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법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그날은 열기구가 뜰 수 있는 날이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온 게 기특해서 신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게 아닐까.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여 열기구가 있는 곳까지 가면

이렇게 거대한 풍선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 규모가 대단했다.

(차와 사람이 서있는 걸 보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까만 밤하늘, 각자의 열기구에 불을 밝히고 있는 풍경이 반딧불이 처럼 에쁘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근처의 열기구가 운행되는 모습이다. 규모 만큼이나 사람들이 제법 많이 탈 수 있다.


그렇게 열기구가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

갑자기 모든 여행자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게 된다.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에 대한 실감과

어둠 속에서도 스쳐 보이는 카파도키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는 여행자의 본능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하늘로 날게된 열기구는 조용히 일출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카파도키아의 일출.

터키 하늘에서 바라보는 태양의 첫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바로 이 모습을 상상하며 터키 여행을 꿈꿔왔었는데, 그것이 이루어지는 신비로운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더디게 흐르는 그 고요한 시간이

가슴을 한껏 뭉클하게 해주었다.


조용히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그 몽환적이고 감동적인 그 순간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엄마와 아빠가 기뻐하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두 분의 표정 속에서 느껴지는 환희와

이 기막힌 풍경과의 조화로움을 함께 간직하고 싶었다.


언제 어디서나 터키의 열기구 사진을 볼 때마다

가족들의 포근함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열기구가 이렇게 많이 운행될줄 몰랐었는데,

그 드넓은 기암괴석 위로 수십 개의 열기구가 함께 날아오르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그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 어디에 숨어있었던 건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다른 여행자들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였지 않았을까.



엄마와 누나의 모습.

그저 신기한 이 광경을 바라보는 두 여인의 얼굴이 참 행복하다.


덕분에 나도 참 행복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체험이 끝난 뒤,

열기구를 배경삼아 가족사진을 찍었다.


가족여행.


내 삶의 멋을 위해,

내 일상의 행복을 위해,

자유와 낭만 타령을 하며 살아왔던 지난 십여 년.


세계 여러 나라들로 여행을 다니면서도 늘 죄송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


누리기보단 언제나 베풀어 주셨던 부모님.

당신들을 위한 일에는 늘 인색하셨던 부모님.


이 가족여행으로 죄송한 마음이 무마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 손을 잡고 참 많이 걸을 수 있어서,

아빠와 한 침대에서 수다를 떨다가 잠들 수 있어서,

누나와 함께 여행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서,


감히 가능성을 봤다고 말하고 싶다.


이 여행을 계기로 당신들도 이제는


베푸는 것만큼이나,

누리며 사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랬다.


지켜보는 여행뿐만 아니라,

만끽하는 여행을 떠나 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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