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괴물 Oct 29. 2016

월요병을 이기는 방법

자출사 ;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최근에 작은 병에 앓게 되었다.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도진 병이라 제법 당황스러웠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걸려봤을
그 병은 바로

“ 월. 요. 병.. “

계절의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감기와도 같은 전염병.


건강만큼은 자신 있는 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달콤한 주말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 아쉬움..


물론, 스타트업을 시작하고선
대개 발걸음이 가벼웠지만,

요즘 같은 가을에는 그저 놀고 싶은 마음에

주말이 하루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가

월요병을 이기기 위해 택한 방법이 바로

"자전거 타고 출근하기"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는 편도 20km 정도의 거리로

그리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잘 둘러서 가면,

눈부신 한강이 지나가고,

감미로운 안양천이 지나가고,

아기자기한 도림천까지 거쳐가는


최적의 코스로 회사에 갈 수 있다.

내 브롬톤 자전거로는 1시간 30분 정도 열심히 달려야 하는 거리이고,

퇴근까지 하면 왕복 3시간을 달려야 하므로 결코 쉽지 않지만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자전거를

아침부터 탈 수 있다는 그 설렘때문에,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이

월요병을 거뜬히 이겨낸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하다.

아니, 감사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 치료법인가.




오늘 아침 출근길 만끽한 가을 하늘.

정말, 회사를 빼먹고서라도 지구 끝까지 라이딩하고 싶은 그런 날씨였다.

게다가 한강 다리를 건너며 만난 눈부신 아침 풍경은 잊을 수 없다.




출근길에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오늘 출근길은 여행자의 마음으로 향했던 것 같다.


또한 안양천에서는

숲을 헤치며 달리는 듯한 그런 아늑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은 한강에서 이어지는 여러 물줄기를 따라 각각 공원이 조성되어있고,

그 공원들은 모두 제각각의 매력이 있어

저마다 누리는 재미가 있다.


자전거도 물론이지만,

걷거나 뛰는 행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게 안양천을 신나게 달린 뒤
도림천과 만나는 곳에 들어섰는데,

정말,

지금까지의 풍경이 무색할 만큼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중요한 건, 첫 사진을 제외한 지금까지의 풍경사진들이 모두 아이폰 노필터 사진이라는 것.


특히나 이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소소하게 올라갔다.

그냥 모든것이 행복해지는 아침이었다.

음악이 함께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자전거를 타며 음악을 듣는 건 상당히 위험하기때문에,


귀로 듣는 멋진 음악 대신,

내가 직접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페달을 밟았다.


역시나 그리 멋지진 않았지만

그것마저 용서되는 그런 아침이었다.



내 책상 옆에 주차된 브롬톤 자전거.

레이싱 그린의 자전거 색상과 갈색 가죽의 조화로움이 너무 맘에 드는 녀석이다.


레이싱 그린이라니,


달리는 초록.


어쩜 그리 낭만적일까.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또 당분간
집 안에서 겨울잠을 잘 녀석이기 때문에

요즘은 틈만 나면 자전거를 끌고 아내와 함께 서울을 나들이하고 있다.



내가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주장해오고 있는 말이 있다.

자전거라 쓰고, 낭만이라 읽는다.



오직 내 발의 힘으로만 이동하는
아날로그의 결정체.

걷거나 뛰면서는 느낄 수 없는 쾌적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고,

자동차로 달릴 때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풍경들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언젠가는 작은 자전거 샵을 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행복한 낭만을 공유하고 싶은 그런 꿈이 있다.


언젠가는 말이다.



퇴근하는 길에 찍은 안양천의 풍경과,

한강의 야경.

양화대교 위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왕복 3시간이 아깝지 않은 그런 하루였다.

사실 오늘은 업무보다 자전거가 주였던 것 같다.

마치 자전거를 타기 위해 회사를 간 느낌이랄까..;


눈부신 가을!

낭만과 월요병을 동시에 정복하며 생각했다.


가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서둘러오는 겨울대신,

머물러가는 가을이 한 없이 그리운 그런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워커홀릭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