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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Sep 03. 2016

이제 워커홀릭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직장 복귀를 앞둔 여행자의 각오.

휴직을 신청했던 두 달도 이제 끝이 나서, 다음 주면 다시 회사로, 그리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다시 이른 아침 사람들과 같이 지하철에 오르고,
하루 8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며, 오늘 점심은 뭘 먹어야 하나 동료들과 같이 고민하겠지.
종종 야근을 하며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운운하고,
퇴근길에는 진짜 내일부터는 운동해야지 하며 집으로 곧장 들어가겠지.
소중한 주말은 미뤄놨던 약속들과 결혼식으로 또 나만의 시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겠지.

30대 직장인의 일상.
회사에는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쉬는 동안 일하는 일상이 그리웠다기 보단..
아 참 쉬는 게 좋구나, 노는 게 좋구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만 하고 살 때는, 일을 하는 게 참 재미있고,
그게 나를 성장시켜 주며,
사람은 응당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젊었을 땐 사서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일을 좀 쉬고나니,

쉬는 게 나와 참 잘 맞는구나.

쉬면서 할 재미있는 일들이 참 많구나.
여행도 좋고,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것도 좋고.
찍은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며 글을 쓰는 것도 좋고.
그걸 사람들과 나누는 게 참 즐거운 일이구나.
나와 다른 영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과의 교류 속에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참 값진 시간이구나.
나른한 오후 잠깐 곁들이는 낮잠이 이토록 천국이구나.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일 없이,
동료들을 이겨야 한다는 슬픈 경쟁 없이,
누군가를 평가해야만 하는 오만 없이,
내 두 다리와 눈과 귀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 정말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휴직하며 했던, 여행은 작은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워커홀릭으로 살았었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내 삶의 상당 부분을 일터에서 보냈던 것 같다.
(물론,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거고, 앞으로도 한편으론 그럴 거지만,,)

하지만, 떠나보니 좀 내려놓고 싶어 졌다.
우리는 늘 미디어에 나오는 성공한 누군가를 롤모델로 바라보지만,
수많은 선배들은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꽃피운 삶을 살았다.


우리에게 인생의 정답인 듯, 성공의 방정식인 듯,
뛰어라, 달려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는 누군가는 먼저 삶을 살았던 선배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인간미 없는 선배들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좋게 말해서,,)


하나님은 모든 걸 주지 않으신다.
인생에서 겸손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기도하는 아름다움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늘 부족한 무언가를 남겨두신다.

태양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일상의 너그러움과 행복,
남들보다 좀 느리게 가며 누릴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 간의 사랑이 빠져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개인이 선택해야 할 과제인데,
인생의 정답은 성공했다고 그 방식을 가르치려는 일부 부자들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너그럽게 살아가는 수많은 마음의 부자들에게 있으리라.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면 워커홀릭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일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보려 애쓰고 싶다.
그리고 일터가 아닌 곳에서는 더 너그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남들보다 앞서 가야지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발맞춰 가며,

삶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지키며 사는 게,
그걸 더 사랑하며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후배들의 숨통을 조이는 어른이 아닌,
살아감의 아름다움을 알려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자연을 많이 찾아다닌 여행이었다.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게위해.
와이프와 국내여행, 대구 핫플레이스 정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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