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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Mar 20. 2017

대한민국 자유의 상징, 독립문

서울 역사여행 프로젝트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광화문과 아주 가까운 그곳에 '독립공원'이 있다.


그리 아름다운 공원은 아닌 데다가,

슬픈 역사와 해방의 기쁨이 공존하는 묘한 곳이고,

그 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의 자유의지가 담긴 '독립문'이 있는 곳이지만

아파트와 빌딩 숲 사이에서 그 기념비적인 건축물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킬 뿐이다.


사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발자취지만, 우리는 그것을 스쳐 보내기 마련이다.


해외여행을 갔을땐 그 역사의 흔적들 하나하나에 감탄하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그것에는 셔터가 잘 눌리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얼마 전 다녀온 유럽여행 이후,

우리 역사의 아름다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고 다짐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기 위해서.








파리의 개선문을 모방하여 만든 우리의 '독립문'은 조선 자유의 상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립문을 일제강점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었을 거라고 추측하지만,

원래 독립문은 청나라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오래도록 중국의 사대주의 속에서 살았던 조선말의 지식인들이, 청나라로부터 독립하자는 의미로 민중 모금운동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고, 청나라 사신들이 왔을 때 그들이 지나갔던 [영은문]을 허물고 이 독립문을 세웠다.


독립(獨立).

말 그대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홀로 서자는 의미다.





물론, 일제강점기에도 '독립문'은 우리 독립운동의 중요한 장소로 사용되었다.

우리 민족의 홀로서기는 독립협회와 독립문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이것은 어떤 특정 역사적 기념일을 넘어 전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된다.


'독립공원 형성'의 원래 취지 역시,

일제강점기에 의병투쟁, 3.1독립만세운동, 항일투쟁 등으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르다 순국한 선열들을 기리기 위함이다.








독립공원에는 '독립문' 외에도 '서대문 형무소'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그곳.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가 머물렀던 곳.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자주독립을 이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독립투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던 건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장소다.


나는 차마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왔던 이 곳.

그때의 그 충격과 슬픔을 잊을 수 없다.


조국을 되찾으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외쳤던 그들이 당했던 억울함을 직접 눈으로 보고 분노했던 그 순수한 감정은 제법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었다.




일제 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오래 분노하고, 더 많이 미워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물론 슬프고 아팠지만,

역사는 그 이상의 감정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며

역사가 주는 양면성을 공부했었다.


우리가 칭송하는 많은 역사와,

그것들을 이끌었던 영웅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며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많이 죽이고, 더 많이 정복하면 역사의 승자로 기록되었다.


이긴 자는 빼앗고 힘없는 자는 빼앗겼던 역사의 당위성과 그 당위성을 찬양해야만 하는 역사적 모순.


그 양면성 속에서 수많은 작고 평화로운 나라가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그런 나라 중 하나였을 터인데,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이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것이다.


일본 또한 승리와 정복의 역사가 있었고,

슬픔의 역사 또한 여러번 겪어왔다.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존중은

그 어떤 당위성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비극이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된 지금은,

그저 모든 것들이 측은하게 여겨지곤한다.


이 불편한 감정을 감싸 안기 위해 모든 역사 앞에서 열린 마음을 지니자고 다짐했었다.







오늘날,

아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서대문형무소는

옮겨온 독립문과 함께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조성되어 온 가족이 함께 찾는 산책로가 되어버렸다.


햇살 좋은 날,

형무소의 빨간 벽돌에 햇살이 내리쬐어 제법 아름답다.

이 아이러니한 풍경은 과거가 아닌 오늘을 살고 있음을 선명하게 인지시켜준다.


내가 독립공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유럽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적지를 공원화시켜 역사와 삶을 조화롭게 만들어 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로 '독립공원'이 그렇다.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할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아팠던 역사이기도 하지만,

그 역사를 극복했던 승리의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무겁고 경건해서만은 안된다.


단지 과거 속에 현재가 있다는 그 연속성만으로도 역사는 살아 숨쉬고 있다.








나는 여행자들이 아이와 함께 이 곳을 산책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아이와 함께 레이싱카를 운전하며 형무소 주위를 산책하는 자연스러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역사는 너무 어렵고 무겁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이렇듯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와

더 쉽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역사의 불편함에 분노할 것인가.

현재의 평화로움에 감사할 것인가.


역사의 우연성이 주는 인간의 삶이 참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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