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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Mar 31. 2017

자전거로 제주 한바퀴

제주 + 자전거 = 낭만


자전거로 제주를 한바퀴 일주했다.

3일간 230km를 달렸고 제주 바다를 원없이 구경했으며, 제주 바람을 실컷 맞았다.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여행이었지만

무모한 청춘이고 싶은 마음이 작동했고,

그 덕분에 3일간의 좋은 추억을 얻고 두 허벅지와 엉덩이를 잃게 되었다.


일상으로 복귀한 뒤 며칠이 지나서야 집나간 허벅지와 엉덩이 세트가 돌아왔고, 이제는 20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군다나 30대 중반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무모함 덕분에 제주의 낭만을 마음껏 만끽했고, 여전히 철없는 청춘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된거다.




제주의 라이딩 코스는 환상적이었다.

그냥 좋았다고 표현하기에는 미안할정도의 풍경과 함께했다.


바다의 향기, 색깔, 모양이 모두 달랐으며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전거로 해안도로를 달리는 동안 이런 섬에서 살아본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돌담이 주는 여유로움과 바다가 주는 너그러움.

그 앞에서는 도시 속의 걱정과 근심이 모두 사소하게 여겨졌다.


어딜가나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돌담사이로 슬며시 새어나오는 바람의 흔적과,

여행자들이 만들어낸 설렘의 공기가 가득한 섬.


제주 특유의 아늑함이 자꾸 미련을 안겨다 주었다.


물론, 여행자의 시선이 주는 특권이겠지만 제주에 살아보고 싶은 바람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제주'여행이기도 했지만, '자전거'여행이기도 했다. 자전거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서도 늘 상위에 랭크되어있는 녀석이다. 나는 늘 자전거를 예찬하는데, 그 이유는 자전거가 주는 느림과 역동성의 경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여행을 해보면 그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자전거 위에 오르면 차를 탈때는 보지 못했던 수 많은 풍경들을 얻을 수 있다. 해안도로 인근의 작고 아기자기한 돌담 마을 풍경은 차로 쌩쌩 달렸을 땐 놓치게 되는 풍경이다. 바닷바람에 휘청이며 리듬을 탔던 순간도, 평범한 장소가 특별한 풍경이 되어버리는 경이로운 경험도 모두 자전거가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게다가 걸을 때 보였던 정적인 풍경들도 자전거 위에 오르면 미묘하게 살아움직이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나에게 자전거는 언제나 정답이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온다. 내리막은 페달을 밟지 않고도 아주 편안하게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순간은 쉬어갈 수도 있고, 편하게 맞는 바람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뒤엔 반드시 오르막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페달이 한없이 무거워지며, 그때 부는 바람은 그저 나를 괴롭히는 방해꾼이 될 뿐이다.

종착지에 오르기 위해선 이 과정을 수 없이 반복해야되며 결국 어느 순간에도 쉬지않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끝에 도달할 수 있다.


너무 진부한 비유 같지만 이게 인생이 아닐까 싶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 없이 반복되면서 삶의 종착지까지 흘러간다는 것. 삶에는 반드시 리듬과 흐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 자체에 집중하다보면 그 순간의 아름다운 과정을 잃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오르막이 힘들땐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 않고, 내리막을 쌩쌩 내려갈땐 너무 빨라 그것을 놓치게 된다.

그저 매 순간을 즐기는게 가장 좋은 여정이 아닐까 싶다. 그저 페달을 밟는 한걸음 한걸음을 모두 소중히 여기며 전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만 흐르는 우리의 삶에 대한 최선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했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게 되면 늘 이렇게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일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듣지 못했던 것을 듣게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삶에서 더 중요한 무언가를 분명히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참 좋다.





가끔은 잠시 내려놓고 떠나야만 한다. 직장 상사의 눈치와 책임감, 그리고 그 외의 각종 부담들이 너무 무겁지만 비워내지 않으면 점점 더 버거워져만 갈 뿐이다. 우리는 행복이 숨쉴 틈을 주어야만 한다.


가까운 제주는 어떨까. 2박 3일도 좋고, 1박 2일도 좋다. 공항에 내려서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하는 것. 그러다가 느낌있는 카페를 발견하고 무작정 들어가 커피를 멋들어지게 마셔보는 거다. 그러고는 제주 해변을 걸으며 인생의 찬란했던 순간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청춘을 소환하면 된다.


여행은 거창한게 아니다. 그러다가 운좋게 해변가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면 게임 끝! 작별했던 감성과 로맨스가 살아날 것이고, 다시 꿈꾸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 조금만 더 즐겁게 살자.

가끔은 행복을 위한 용기를 내자.


낭비 없는 낭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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