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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pr 10. 2017

벚꽃이 뭐길래

진해 군항제 후기



십여 년 만에 진해 군항제 벚꽃 축제를 다녀왔다. 그 사람 많은 축제를 왜 가냐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무슨 이유에선가 꼭 진해에 가서 벚꽃을 만끽하고 싶었다. 

살면서 가끔은 이렇게 이유 없는 변덕이 발동하곤 하는데, 이런 변덕이 때로는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진해 군항제는 말 그대로 '군항'에서 벌어지는 축제라는 뜻이다. 해군기지가 있어서 군항이라 부르는 것이고, 그래서인지 의장대의 퍼레이드와 행사 등이 빠지지 않는 축제의 꽃이기도 하다. 

무려 올해로 55년째라는 <진해 군항제>

사람 많은 그 축제를 가서, 사람 없는 곳만 찾아다녔다. 결국 사람은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의 여행은 더없이 소박했고, 여유로울 수 있었지만 말이다.



진해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첫 사진.


축제를 하는 도로가 아닌 흔한 진해의 길거리 모습. 


우리 여행의 주된 코스는 경화역에서 진해역까지 이어지는 구 철길을 따라 그저 걷는 것이었다. 오래된 철도 길을 따라 걷는 그 행위만으로도 이미 감성이 스믈스믈 우리를 자극했다. 

이번 여행은 아내와 아내의 친구, 그리고 나의 친구가 함께 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여행! 벚꽃은 그것을 위한 핑계였지 않았을까.





아내와 아내의 절친. 아늑한 철길을 배경으로 모델 두 분이 아주 아름다웠다. 사실 벚꽃놀이를 갈 때는 저렇게 화사하게 입고 가야 한다. 그래야 사진도 잘 나오고 분위기도 살고 멋진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럼에도 나와 내 친구는 서로 짠 것처럼 칙칙하게 입고 왔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지, 아니면 내가 원래 좀 칙칙해서 그런 건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유치하게 우정 포즈를 취해봤다. 하하



현택아 다음부턴 전날 밤에 서로 코디를 카톡으로 확인하도록 하자.


경화역에서 진해역까지 가는 길은 아주 한가로웠다. 사실 축제의 중심지역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지만, 우리는 가장 붐비는 '로망스 다리'를 야경으로 볼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해 질 무렵까지 여유롭게 아날로그 감성을 만끽할 수 있었다. 

참 아름다운 두 여인의 뒷 모습.


경화역에서 출발하여, 진해역에 가까워지니 다시 "벚꽃축제"의 본 현장이 시작되었다. 



저 코레일 표시가 있는 기차가 철길의 종착지였다. 미디어를 통해 진해 군항제를 봤을 때 늘 나왔던 그 장소.

벚꽃을 풍경으로 부부 샷을 찍었다. 아내 친구가 찍어줬는데, 사진을 연습하고 있는 나보다 더 잘 찍었다. 물론 그래서 감사했지만 말이다. 칙칙한 남편과 살아줘서 고마운 아내. 앞으로도 소중한 추억 많이 만들고 살자. 

그리고 저녁이 되어갈 무렵, 가장 유명한 포토존인 '로망스 다리'를 찾아 떠났다. 



로망스 다리의 풍경. 이국적인 이 풍경은 정말 예뻤다. 나무다리 사이로 벚꽃 지붕이 만들어져 있었고, 7시 즈음에는 다리에 조명이 켜지며 세상 뭉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너도나도 로망스 다리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인증 사진을 남기고 있었는데 나는 그 모습들이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카메라 속 즐거운 포즈를 위해 활짝 웃는 커플들, 아직도 핸드폰을 다루는 것에 서툴러서 조심조심 셀카를 찍어보는 아버님 어머님들. 머리에 벚꽃 장식을 잔뜩 하고 얼짱 각도를 찾아 떠나는 학생들까지. 이 설레고 즐거운 분위기가 바로 '진해 군항제'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저물고, 파란 밤하늘과 하얀 벚꽃과 노란 조명이 만들어낸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내가 글 솜씨가 뛰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풍경들을 어설픈 수식어로 비유하지 않겠다. 그냥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으니 좋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평소 아끼던 음악을 BGM으로 깔고 꼭 이 풍경을 만끽해 본다면, 집 나간 '낭만'이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벚꽃을 참 좋아한다. 보름밖에 피지 않는 아쉬운 꽃이지만 그 보름이 안겨주는 기쁨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에 열광하게 만들기 충분한 것 같다.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짧지만 그 여운이 오래가는 것들. 작지만 그 영향력이 커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올봄. 벚꽃축제를 핑계로 사랑하는 아내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여행의 추억이 벚꽃 같은 향기로운 여운으로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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