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게 여기 왜 있지?'싶은 것과 '이게 없다고?' 하는 요소들에 대해 궁금해한다.
1. TV가 없고
2. 소파가 없고
TV가 없으면 사실 소파의 의미도 약해진다. 드러눕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 바로 침대로 가버리는 나에게는 소파라는 중간 정류장의 필요성도 별로 없다. 비스듬하게 눕고 기대는 자세는 24년 경력의 무술인인 나에겐 쥐약이다. TV와 소파가 없는 내 집 거실에는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널찍한 테이블이 있고, 그 옆을 책과 술이 차지하고 있다. 책과 술을 치우고 TV를 들일 날이 올까 싶다.
3. 김치가 없고
김치뿐 아니라 '냉장 반찬'이 전혀 없는 집. 방금 요리한 걸 바로 먹는 걸 좋아하는 내 냉장고는 공간이 꽉 찰 일이 별로 없다. 내 몸 맞는 식재료와 내 맘에 맞는 메뉴들로만 내 일상을 채워온 건 꽤 오래됐다.
뭐든 내 맘에 꽉 차지 않는 것은 집에서 함께 살수가 없다. 디자인이 맘에 안드는 빗자루도, 잘 쓰지도 않을 것 같은 운동기구도. 어떠한 물건을 집에 들인다는 것은 그 생애주기를 전부 책임진다는 의미다. 구입하는 비용부터, 놓아둘 공간, 먼지가 쌓이면 닦아주고 주기적으로 충전하거나 건전지를 갈아주는 것 같은 관리도 포함되고, 들고 나가서 폐기하는 과정까지도. 이렇다보니 비싸서 안 사는 물건만큼이나 버리기 힘들어서 안 사는 게 많아진다.
일을 대할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이런 생애주기를 기반으로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물건처럼 소유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지, 적은 노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수월하게 끝낼 수 있는지까지.
그렇기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큰 맘 먹고 무언가를 사는 것'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순간의 욕망이든 일생의 로망이든, 예상되는 어려움을 포용할만큼의 강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내 삶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거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것들이다.
책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는
결혼하지 않는 계획이 있는 작가가, 비혼이라는 키워드를 넘어서 '혼자 하는 삶'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누구나 혼자 하는 여행으로서의 인생을 산다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그 여행길에서 제가 보고 겪고 배워 온 혼삶의 풍경들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쓴 글들이 책에 모여 있습니다. 책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