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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Mar 17. 2022

ENTJ의 변태적인 여행준비 (1부)

- 쫄보처럼 준비하면, 대인배처럼 다닐 수 있다!

J형인 사람들은 대체로 어마어마한 스케줄을 마련해서 여행을 떠난다던데 나는 아무래도 변종인 걸까.


게으름이야말로 풍류에 대한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을 방패 삼아 탄탄하게 훈련된 "게으름력(力)"을 자랑한다. 여행지 도미토리에서 숙박할 때는 선심 쓰듯 1층 자리를 양보하고 2층을 확보한다. 나의 게으른 아침시간을 더 값지게 만들어 주는 건 나보다 먼저 일어난 다른 여행자들이 화장실을 드나들며 전등 스위치를 딸깍 눌러대는 소리, 드라이어의 뜨거운 모터 소리, 가방 지퍼를 지익-하고 닫는 소리 같은 것들이다. 이 모든 소리를 너그럽게 품은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언제일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외출하고 나서 방이 조용-해지는 그 순간이다. 나만 빼고 시작된 하루의 짜릿한 기분. 


게으름을 꾸준히 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계획할 때만큼은 J형으로서의 성향이 폭발해서인지 더없이 부지런해진다. 책임지기 싫어서다.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만큼은 '미처 몰랐다'는 핑계를 댈 수 없고, 리스크를 그냥 봐 넘겼다가는 큰 시간적,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고 안전과도 직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쫄보처럼 준비하면 대인배처럼 다닐 수 있다!


이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은 "소상히 공부하고 실컷 계획한 다음, 그 계획을 깨는 것"이다!

이러한 여행 "취향"은 즉흥성과 담대함을 기반으로 하기에, 언뜻 생각하면 철저히 계획하는 J형 "성향"과 대책 없이 상충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충돌 덕분에 생겨나는 것이 "절충"이라는 아름다움 아니겠는가! 




게으른데 강박적인 나, J형의 [준비물 LIST]


짐이 늘어나면 무거워서도 싫지만, 짐을 풀었다 넣었다 하는 과정이 번거로워진다. 여행에서는 이런 것들이 곧 '집안일'이 된다.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헤아리는 정신적인 소모도 크다. 때문에 장기여행에서는 짐을 챙기기 전에 이런 슬로건을 되뇌곤 한다. "필요가 넘칠 때까지 참는다."


1ㆍ이왕이면 옷 한 벌 한 벌이 각각의 기능을 갖도록 전략적으로 배치하라. 비가 오면 가방 위에 방수재질의 옷을 감싸고, 추울 때는 펼쳐서 덮을 수 있는 옷을 담요로 쓰거나 니트 재질의 옷을 목도리처럼 연출할 수도 있다. 모자 달린 티셔츠는 그 끈을 활용해서 여기저기 묶어 포대기처럼 쓰는 등 추가 수납의 여지를 만들 수도 있다. 여러모로 단추 달린 옷들이 유용하다. 입든 걸치든 허리에 매든 가방에 묶든. 


2ㆍ외출할 때는 이너웨어로 입고 + 수영복 + 요가복
의 역할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스포츠 브라탑을 추천한다. 수영과 요가뿐 아니라 서핑, 캐녀닝, 클라이밍 등 여행지에서의 액티비티에 요거 한 벌로 대응할 수 있다. 


3옷은 최소로 챙기고 스타일 변화는 부피가 작은 머리띠나 헤어 장식으로 대신한다. 다양하게 스타일링하되 신발이 바뀌어야 하는 스타일 변화는 지양하도록.


4ㆍ"샘플" 혹은 "리필용"으로 챙기기. 심지어 나는 아이브로우 펜슬도..... 리필로 파는 '심'만 빼서 챙겨간다. 꽤나 강박적인 수준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5ㆍ헤어 에센스 + 바디 오일(or 바디로션) + 페이스 오일 각각 챙기는 대신 난 멀티 오일 하나를 챙겨간다.


6ㆍSub 제품이 필요 없는 품목을 우선순위에 둔다. 운동화를 챙기면 양말도 필요해지고, 눈 화장을 위한 화장품을 챙기면 아이 리무버도 필요해지고, 전자기기를 많이 챙길수록 충전기와 케이블도 다양하게 필요해진다. 


    - 준비물 리스트 전체를 기록해 둔 full version은 본문 최하단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 -




이런 방법을 총동원한 결과, 에코백 하나 들고 해외여행 -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내가 리더다, 리더의 준비물!


ㆍ현지 번호로 전화 및 문자 송수신이 가능한 유심(U-SIM) 

로밍이나 포켓와이파이도 나쁘지 않지만, 여행의 리더라면 숙소, 레스토랑, 티켓 예약 등을 위해 소통할 일이 많으니 통화가 가능해야 한다. 전화를 걸 수 있는 것보다 받을 수 있는 번호가 필요한 순간이 더 많을 수 있다. 각종 app이나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 문자로 인증번호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 문자 송수신도 포함한 요금으로. 특히 코로나 시국에는 각종 검사, 격리, QR 인증 등을 위해 필수. 듀얼 유심칩을 장착할 수 있는 해외에 유통하는 휴대전화 기종은 이럴 때 좋다는! (귀걸이 뒷부분의 짧은 침 부분은 해외에서 유심 칩 갈아 끼울 때 유용하다)


 ㆍ오프라인 상황에서도 열람 가능한 지도 앱 

굳이 필요하냐고? 이건 극단적인 J형이 리더로서 준비하는 여행을 전제로 한 준비물 리스트라는 걸 잊지 말자. 아직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고 와이파이도 안 되는 여행지가 우리 생각보다 수두룩하다. 미리 다운로드해 놓으면 유사시에 꽤 유용하다. 


ㆍ여권사진/국내 신분증/여권 사본 

여권 분실 시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한 백업 서류들 + 모든 바우처/티켓/예약번호 등은 유사시(폰 분실, 배터리 방전, 데이터가 안 되는 상황)에 내 폰이나 내 노트북이 아닌 다른 기기에서도 접속해서 열어볼 수 있도록 이메일이나 클라우드에 백업하자.


ㆍ없어졌을 때 리스크가 큰가? Yes. 가벼운가? Yes. 그렇다면 여분을 미리 챙긴다.

잃어버렸거나 고장 났을 때, 생각보다 훨씬 절망적인 아이템이 바로 이어폰. 뭐 현지에서 살 수 있긴 하지만 은근히 돈도 엄청 아깝거니와... 대부분은 잃어버린 걸 깨닫는 그 순간이 바로 이어폰이 제일 간절한 타이밍이므로!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도 이러하다. 쉽게 손상되는 아이템인 데다, 현지에서 급히 사려고 하면 꼭 비싸다. 





ENTJ의 변태적인 여행준비(2부)에서는, 

1. [공항을 먼저 여행]한다?

2. 숙소는 무조건 [술세권]으로?

3. J형의 여행 끝에는 [엑셀 sheet]가 남는다??



⑴ 공동 침실 


<[코시국 유럽여행] 준비물 리스트: 장기여행에 필요한 것들> 블로그 원문 링크 

https://blog.naver.com/sunnyeoyuhwa/22249887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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