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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Mar 20. 2022

SNS 여행사진에 흔들리지 말 것

- 인생의 목적지를 어떻게 고를 것인가

 제 아무리 자유로운 여행이라고 해도 '오늘 어디서 잘 것인지' 정도는 미리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길바닥에서 자든 나무 위에서 자든 감수할 수 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선택을 조금 미룰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쭉 가면 오늘 밤에 산에 도착하는지, 바다에 도착하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멀티버스(Multiverse)의 세계관이 아닌 이상, 산과 바다에 동시에 다다를 수는 없겠지.  내가 오늘 산에 가겠다고 결정했다면, 바다에 가서 해수욕하는 다른 여행자의 사진이 SNS에 잔뜩 올라온다고 해도 부러워하거나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산에 가든 바다에 가든, 혼자 살든 결혼을 하든, 삶을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다만, 중간중간에 어떤 곳을 거쳐가게 될지, 그 끝에 가면 어떤 곳에 다다르게 될지를 어느 정도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남들 다 가는 곳은 빼먹을 수 없지'  

'멀지 않으니까 가볼까?'  

'무료입장이니까 들어가 볼까?'  

'친구가 가고 싶댔고......, 나도 딱히 가고 싶은 데는 없고.'

여행자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목적지를 고르지만, 정작 그것을 고르게 된 계기는 목적지의 숫자만큼 다양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남들은 다 가 봤다는 '필수 여행코스'라서 덩달아 여행 코스에 집어넣고 달려간 곳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대단한 풍경이나 경험을 마주할 수 있어 감동하게 될 수도 있지만, 되려 너무 기대했던 탓에 막상 도착하고 나면 실망스럽거나 허무한 때도 있다. 가까우니까, 쉬우니까, 싸니까 들른 곳에서도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여행하다 보면 정작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것은 멀어서 혹은 비싸서 못 가보게 되겠지.  


그러니 저런 생각들은 되도록 하나하나 제거하자. 그렇게 필터링하고 나서도 남아있는 '진짜 니즈(needs)와 깊은 열망'에 집중하자. 어떤 방식으로 목적지를 선택한다 해도 그 후에 일어날 일을 예견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선택한 여정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을 겪더라도 조금은 덜 당황하고 덜 서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진중한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산 vs 바다.

사실 저 멀리 산이 보이는 바다가 있고, 바다가 보이는 산도 있다. 인생에서의 큰 결정들, 특히 결혼과 비혼 문제에 있어서도 절충할 수 있는가 하는 건 개인이 삶을 풀어가는 창의성에 달려있다. 결혼과 비혼은 기본적으로 각자 양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결혼하고자 하는 이유, 결혼으로 얻고자 했던 것들과 반대로 비혼하고자 하는 이유들 중 일부는 서로 섞일 수도 있다. 결혼하고도 혼삶을 일부 끌어안을 수 있고, 혼자 살면서도 결혼의 장점을 일부 누릴 수 있다. 이런 창의적인 삶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가족형태, 주거형태를 이야기할 때 다시 한번 머리 깨질 듯 고민하고 이야기해 보기로.


우리가 여행하는 이 삶의 목적지가, 산도 바다도 아닌 그 너머의 어딘가였으면 좋겠다.  

참으로 그렇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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