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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9. 2022
결혼 안 하고 죽을 때까지 연애하기
- 이기적 유전자, 더 이기적인 나
모든 포유동물은 암수 모두 암컷의 배란 시기를 아는데, 유독 사람만 배란 시기를 모른다고 한다.(1)
여성의 배란기를 드러내지 않도록 발정기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인간이 진화했다는 점은,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는 나의 '이기적인 인생계획'에 소소하게 힘을 실어주는 것만 같다. 이기적 유전자를 싣고 다음 세대를 향해 직진하던 트럭 같은 존재인 내가, 갑자기 유전자의 목적지를 무시하고 핸들을 꺾어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이 한 세대 안에서는 트럭 운전자인 '내 맘(!)'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기적으로 살면 혼자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하지 않으면, 내 가정이 없으면, 내 사람도 없이 노년을 맞이하고 외롭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비혼을 결심한 사람들 중에서 '반려'할 수 있는 동반자를 찾고 함께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숨 놓이는 것 같은 따뜻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연인이거나 친구이거나 다른 형태의 가족일 수도 있을 그 동반자가 참 탐난다. 비혼에게는 그 삶을 서로 인정하고 함께 해 나갈 동반자를 찾고, 또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난이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연애는 필수일까요?"
취향을 기반으로 한 소셜링 모임 플랫폼인 '남의집'의 호스트로서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모임을 열고 있다. 혼삶, 혼술, 혼행으로 시작하는 대화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자취, 독립, 결혼, 비혼, 동거에 대한 에피소드와 생각을 나누게 되는데 그 모임에서 자주 언급되는 질문 중 하나이다.
계획적으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략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결혼과 관련된 생각 자체를 거의 안 하는 부류와, 누구보다 결혼에 대해 다각도로 많은 생각을 하는 부류. 후자에 해당하는 나는 타고난 재능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결혼 전후의 삶에 대해 어마어마한 상상을 하곤 했더란다. 결혼과 관련된 상상, 로망, 욕망, 내가 선호하는 종류의 쾌락과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뿌리에 있는 핵심 원인(root cause)나 근본적인 필요(root needs)를 파고 들어가 봤다. 다행히도 내가 결혼을 상상하면서 원했던 요소들은 결혼하지 않고도 살짝 우회해서 충족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연애를 하지 않고는 충족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