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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Sep 08. 2022

'안정적으로 불안정한' 나의 혼삶

- Stably unstable

꽤나 독특한 삶의 형태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이지만 원래부터 늘 독특한 선택을 고집해 왔던 것은 아니다. 줄곧 다수가 걸어가는 길을 나도 함께 걸었다. 성적에 맞게 대학에 진학했고, "감사합니다"하며 기업에 취직했다. 기질과 성향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방향으로 진학과 취업을 결정했던 것은 그런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였다. 마구마구, 실컷 불안정하게 튀어 다녀도 굶어 죽지는 않을 삶 속에 나를 넣어두는 것이다.  


Stably unstable
안정적으로 불안정한


내가 가진 풍부한 감수성과 상상력 덕분에 일상이 참 재미지기는 한데......., 재미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걸 매일 겪어내는 나 스스로는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지 않겠는가!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의 그릇이 큰 만큼, 그 드라마틱한 변화의 폭을 감당하고 뒷받침해 줄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정서적인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그런데 나의 이 드라마틱한 감정 기복은 마치 '지진계의 곡선' 같은 것이었다. 나의 불안정함은 매우 안정적인 주기로 나타났고, 나의 감정 변화는 일정한 패턴과 원칙이 있었다. 진폭이 큰 곡선이 나타나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미리 대비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지진을 견뎌낼 수 있도록 이렇게 내진 설계()를 튼튼히 해 놓은 나는 오히려 재난에 강한 사람이 되었다.




나무의 아름다움은 어느 정도 삶이 무르익고 나서야 더 알게 되는 것일까. 꽃만큼이나 나무가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유독 하늘이 예쁜 동네에서 엄마와 함께 풍경을 바라보던 어느 날, 나는 갑자기 꽃도 나무도 아닌 '산맥'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말했다.  

  "산맥이 아름다운 걸 어렸을 때는 잘 몰랐어"

나도 조금씩 나이가 드나 보다, 하는 심정으로 차분하게 건넨 말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엄마의 대답이 순식간에 내 기분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살다 보면 그렇게 관점과 시각이 계속 달라지더라.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 지루하질 않아."


살면서 처음으로, 나이를 먹는 게 진심으로 기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을 상상하면서 이렇게 설레는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었다. 빨리 더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나는 갑자기 꽃나무가 좋아지던 스스로의 변화가 내심 불안했었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 건가?' '여태 내가 곱게 가꿔 놓은 취향도, 가치관도 다 이렇게 변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청년 시절에 호기롭게 밀어붙인 혼삶도 시간이 지나면서 씁쓸한 후회로 남게 될까 봐. 그러다 보면 스스로 개운하게 끄덕여지지 않는 억지 논리나 이유를 핑계로 혼삶을 정당화하게 될까 봐.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며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나도 내 혼삶이 안정적이길 기대했다. 하지만 삶의 가치관이라는 게 원래 조금씩 변하는 거였지. 한번 정해 놓은 걸 고집스럽게 생떼 쓰면서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게 아니었지. 지금의 내 혼삶도 앞으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거였지.

하아, 나는 아직 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좋아지는 시력이 있다. 넓은 시야()와 깊은 식견()을 포함한 '보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후천적 시력도 우리의 가치관도 인생이 흘러가면서 달라질 것이다. 인생을 다채롭고 여유롭게 보낼수록 더욱 그럴 확률이 높다.


조금씩 다른 것들을 발견하느라 쉴 새 없이 재미있을 나의 인생을 기대한다.






세상에나, 제가 책을 냅니다.

방금 읽으신 글은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일부입니다.


명절 때마다 결혼 질문에 난감하셨던 "혼삶" 여러분, 오늘 펀딩을 시작한 이 책이 여러분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명절 때마다 제 비혼상태에 대한 호기심과 걱정 어린 관심을 받곤 하는데요. 이번 추석에는 이 책을 짜잔~하고 소개하면서 보다 당당하게 질문에 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결혼 안 하고 혼자 살려고 책도 썼다는데, 이 정도면 결혼 권하는 주변 여론도 잠잠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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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설명]

즐거운 여행을 돕는 가이드처럼, 내가 다닌 혼삶의 여행길에서 본 멋진 혼삶의 풍경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하나하나 글로 썼습니다. #혼행 #혼술을 즐기는 저자가 '1인 가구'보다 탄탄한 '1인 가정'으로 성장하는 인생 여행기입니다.


혼자가 어색하거나 심심해서 혼삶이 걱정되는 사람

혼자가 더 편하고 신나서 혼삶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

혼자 하는 여행과 일상을 더 멋지게 보내고 싶은 사람

장기적 혼삶을 계획하지만 고민이 많은 사람

남들은 어떻게 혼자 사는지 궁금한 사람

주변의 혼삶을 응원하고 싶은 사람


#비혼 키워드가 갖고 있는 특유의 날이 선 분위기와 현실 비판보다는 진중하고 위트 있게 지혜를 좇는 긍정적인 톤앤매너(tone and manner)로 이야기 해 보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여성중심 관점은 되도록 배제하고 양성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젠더리스(genderless)한 내용이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썼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진정으로 좁은 관점 안에 갇히지 않고 더 자유롭게 사고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다같이 비혼하자는 메시지가 아닌, 혼삶의 핵심인 "자존감"을 키우기 위한 독자들의 선택을 돕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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