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확보해야 했던 또 하나의 절대적 자원이 있다. ‘사람’이다. 먹는 쾌감을 느껴야 음식을 찾듯 사람이라는 절대적 생존 필수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아주 좋아해야 한다. - 책 <행복의 기원> (서은국 지음) 中
사람에게 있어서 사람은 생존 필수품이다. 위 책에서 저자는 '사회적 영양실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왕성한 '사회적 식욕'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탁월한 비유가 아닌가!) 친구가 '집이냐?' 물어보면 당장이라도 후드 티를 주워 입고 호다다닥 술자리에 달려 나갈 만큼 '사회적 식욕'이 왕성했던 때도 있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의 매력에 한번 빠지게 되면 그 부작용으로 간혹 '사회적 식욕 감퇴' 증상을 겪기도 한다.
말 그대로 '배가 불러서' 욕구가 적어지는 경우도 있다. 연속으로 쉬지 않고 저녁 약속이 있는 기간에는 매일 급하게 골라 입고 던져둔 옷가지가 쌓이고, 외식으로 차곡차곡 적립한 열량도 지방으로 쌓이고, 미처 배출하지 못한 '대화의 독'도 쌓인다. 들숨만 계속 쉬고 날숨을 못 뱉는 것과 같은 기분이 된다.
주말마다 지인들 경조사를 돌아다니며 숱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하루 종일 전화를 받아야 하는 일을 한다거나 극도로 세분화된 카카오톡 단체 톡방을 이리저리 종횡무진하는 일상을 겪다 보면 나는 배가 터질 것 같이 느낀다. (전체 공지 방, 대표님 없는 방, 3명 방, 4명 방, 지난번에 같이 술자리 참석한 인원 6명 방, 점심 값 정산하는 방......으아아아!)
'배 부른 인간관계'를 계속해서 '사회적 영양 과다' 상태가 되면 의도적으로 식이조절을 하듯이 '영양가가 적은 인간관계'는 조금씩 줄여나갈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간관계를 잘 다뤄나갈 만한 '소화 능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배가 고파도' 식욕이 안 생기는 증상이 생긴다면 잠깐 스스로의 상태를 진중하게 들여다보는 게 좋다. 이러한 증상이 지나치게 잦거나 길어진다고 느낀다면 '사회적 영양실조'를 염려해야 할 시기다. 나는 혹시 사회적 식욕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혼삶을 살게 되었는가? 나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여있지 않은가?
"인간은 어차피 혼자다."
이 문장이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그러니 타인은 지옥이고 아무도 필요 없다'로 풀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오역일 것이다. 철학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인생은 결국 혼자만의 것이라고 느낀다 해도 그것이 내가 인간관계에서 회피하고, 숨어들고, 끝내 고립되기까지 하는 것의 핑계로 삼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힘내서 우리랑 어울리는 걸 찾아다닙니다".
내가 아주 애정하는 한 카페(전주, '평화와 평화')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부드러운 문체에 묻어있는 강인함이 느껴져서 문장을 눈에 담자마자 용기가 샘솟아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혼삶을 살면서 '내가 이상한 건가' 싶거나 스스로가 비주류라고 느껴질 때는 나와 유사한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보는 경험도 도움이 된다. 준비해야 할 것들, 비판해야 할 것들에 대한 철저함과 날카로움은 더 힘을 얻게 되고 반대로 괜히 습관처럼 가지고 있던 minor한 피해의식은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옅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동지들을 통해 힘을 얻었다면 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적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비슷한 가치를 칭송하는 확증 편향에 갇히지 않고 보다 다채로운 혼삶을 즐기기 위한 일종의 건강 관리다. 많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혼삶도 탄탄한 인간관계와 정서적인 뿌리를 기반으로 할 때 더욱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여행을 돕는 가이드처럼, 내가 다닌 혼삶의 여행길에서 본 멋진 혼삶의 풍경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하나하나 글로 썼습니다. #혼행 #혼술을 즐기는 저자가 '1인 가구'보다 탄탄한 '1인 가정'으로 성장하는 인생 여행기입니다.
혼자가 어색하거나 심심해서 혼삶이 걱정되는 사람
혼자가 더 편하고 신나서 혼삶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
혼자 하는 여행과 일상을 더 멋지게 보내고 싶은 사람
장기적 혼삶을 계획하지만 고민이 많은 사람
남들은 어떻게 혼자 사는지 궁금한 사람
주변의 혼삶을 응원하고 싶은 사람
#비혼 키워드가 갖고 있는 특유의 날이 선 분위기와 현실 비판보다는 진중하고 위트 있게 지혜를 좇는 긍정적인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여성 중심 관점은 되도록 배제하고 양성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젠더리스(genderless)한 내용이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썼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진정으로 좁은 관점 안에 갇히지 않고 더 자유롭게 사고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