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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Dec 05. 2022

혼삶의 레벨 업! 월드컵 경기 혼자 응원하기

혼자 보기 좋은 장소 Top 3 & 꿀팁 수문 개방

  진정한 1인 가구로서의 레벨 업(?)을 위해 스스로에게 준 미션, 그것은 바로 2023년 카타르 월드컵 혼자 보기! 최소한의 옷가지만 걸치고 광장이든 공원이든 뛰쳐나가서 잔뜩 땀 흘리며 즐기던 따뜻한 계절의 월드컵 응원 장면이 익숙하게 떠오르는 나이지만, 12월의 월드컵을 맞이하게 된 이번에는 이 날씨에 거리 응원을 나갔다간 “대~한 민 국!”에 이어서 박수 다섯 번 치고 나서 손이 산산조각 날 것만 같단 말이지.


혼자 즐기는 월드컵 경기의 고충 같은 것들이 있다. (그나저나 혼자 월드컵 보는 건 #혼컵 이라 해야 하나, #혼축 이라 해야 하나. 11명 대신 쓸쓸하게 잔디 위를 혼자 뛰는 모습이 상상돼서 안 되겠네 이건)  


1. 술집 자리를 예약하기 쉽지 않다. 

스포츠 펍조차도 1인석의 비중은 아무래도 적고, 2~4명이 앉는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기도 송구한 날이기에.  

2. 혼자서도 거리 응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화장실 갈 생각은 꿈도 못 꾼다.

짐도 자리도 없어지는 것을 각오하고 아예 ‘화장실 편도’ 여정을 감행하거나, 아니면 화장실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주변의 무리들과 친분을 쌓아두는 방법 정도가 가능하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혼자 경기를 볼 때 1)잘 보이고 잘 들리는 시청 환경과 2)마음에 드는 주류가 있는 곳 외에도 추가로 고려하게 되는 요소가 있지. 3)잠깐 화장실에 다녀와도 내 짐, 내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 환경!







혼자 보는 월드컵, 어디가 좋지?

#1. 스포츠 펍(pub) 문 열자마자 자리 잡고 죽어라 버틴다.



가장 치밀한 사전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혼술의 내공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이라면 품질이 좋은 만족스러운 맥주와 함께 가장 즐겁고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Step 1. 후보지를 여러 군데 선정했다면 각종 리뷰 사진을 통해서 펍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아무리 거대한 스크린이 있는 곳이라고 해도 정작 1인석이 가게 어딘가의 너무 아늑한(?) 위치에 있다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여러 장의 내부 사진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VR처럼 상상해서 스크린과의 각도를 시뮬레이션해 본다. 이때 간과하기 쉬운 점은, 홍보용으로 텅텅 비어있는 가게 사진만 보고 시뮬레이션했다가 막상 사람이 꽉 들어차면 예기치 않게 시야를 차단당하게 되는 경우이다.


Step 2. 예약이 가능하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되도록 일찍 가서 자리를 잡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 의도치 않게 기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감 있게 혼자 온 손님임을 밝히면서 여유 있는 태도로 ‘경기 때까지 혼자 버티고 앉아있을 거지만 남부럽지 않게 술도 음식도 많이 주문할 대형 고객’이라는 아우라(분위기)를 드러내자.


Step 3. 경기가 시작되고 나면 이미 대혼돈 상태. 가게의 직원들이 1인 테이블에 관심을 충분히 주지 못할 확률이 크므로 필요한 주류 등은 의도적으로 경기 시작 전에 사재기(?) 필수.







혼자 보는 월드컵, 어디가 좋지?

#2. 집에서도 얼마든지! 단, 거대한 스크린은 필수다.


최소 노력과 최소 비용으로 편안하게 저텐션으로 즐길 수 있지만 중계 환경에 따라 만족감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위험이 큰 방식.


어차피 평소에 축구 경기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록 휴대전화 화면은 피하자… 정말… 대형 TV나 빔 프로젝터가 아니더라도 최소 태블릿 PC나 노트북 정도로!

내 경우, 거실 벽면에 빔 프로젝터를 쏴서 시청했는데 의외로 만족감이 컸다. 화면은 나쁘지 않았지만 음량 음질이 아쉬워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추가로 동원한 것이 신의 한 수. 집 분위기에 맞게 주위에 촛불까지 켜 두고 와인을 즐기며 시청했더니 이것은 또 다른 ‘Gold Class’의 느낌!









혼자 보는 월드컵, 어디가 좋지?

#3. 2만원으로 대만족 보장하는 ‘극장 관람’


각종 필수 조건을 가장 그럴싸하게 충족하는, 유경험자라면 꽤 많이들 추천할 것 같은 극장 관람! 신나게 군중의 기운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평소에는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는 극장에서 감히(?) 말소리를 내고 소리까지 지를 수 있다는 쾌감도 있다.

    

Tip 1. 혼자 보는 관객에게는 가장 뒷 열을 추천!

평소에 혼자 극장에 자주 와 본 사람이라고 해도 막상 축구 경기를 보러 와서는 선뜻 응원 동작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몸을 일으켜서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것이 신경 쓰이고 익숙하지가 않을 것이다. 맨 뒷자리에 앉는다면 이런 심적 부담(?) 없이 조금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전반전이 끝나고 화장실이나 매점에 다녀올 때도 자리를 찾느라 두리번거리지 않고 확신이 넘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뒷 열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게 난 좋더라고?  

    

Tip 2. 가로로 긴 형태의 응원 카드 등은 불리하다.

극장에서 나눠주기도 하는 응원 카드는 응원 타월 정도의 길이라서 1인석에서 들고 있기에는 부적합하다. 2인 관람객이라면 둘이 함께 들고 있으니 상관이 없겠지만.


Tip 3. 맥주, 팝콘 등의 간식을 들고 올 손이 부족하다!

털레털레 맨 몸으로 매점에 내려가지 말고 에코백이나, 커피 운반용 캐리어 같은 걸 챙겨가자. 아예 주류와 간식을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 맛집 등에서 미리 공수해 오면 가장 좋고!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16강 진출이라니.


누군가가 이뤄내는 성과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기쁘게 하다니, 스포츠가 그런 일이라니. 내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강하게 바라고, 뜬금없이 거세게 사랑하는 일. 이 순간이 축복 같다고 여기며 짜릿하게 벅차오르는 마음에 고개를 들었더니. “맞아, 나도 그래.”라는 나지막한 말소리처럼 눈이 오고 있었다.


옆 사람과 방방 뛰며 나눠야 할 기분을 전부 쓸어 모아 나 혼자만의 ‘내적 호들갑’으로 소화해 낸다. 불꽃놀이가 하늘에서 터지는 게 아니라 내 몸통 안에서 터지는 기분. 입 안에 가둬놓은 아이스크림의 슈팅스타처럼 톡톡 튀는 감각. 이런 기분과 감각을 내 안에서 한참 품었다가 풀어내는 것이 또 혼삶의 짜릿함이지.


수많은 종류의 ‘애정’ 중에서도 ‘응원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응원하는 마음은 진화생물학으로든 사회학으로든 대체 어떤 메커니즘과 로직이 성립하기에 나에게서 생겨나기도 하고 영향을 주기도 하는지. 이에 대해서 또 각 잡고 생각해 보기로. (도무지 이해가 안 갈수록 미학적으로는 더 또렷해진다는 것이 핵심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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