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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Dec 28. 2022

습관적으로 '생애주기'를 생각한다는 것

평생 꽈배기를 먹고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길을 매일같이 퇴근할 때 자전거를 타고 지나곤 한다. 무도 익숙해서 생각 없이 지나치곤 하는 이 길이 한 달 전부터는 다르게 보인다. 이 길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한 그것은, 다름 아닌 '꽈배기'.


어쩌다 한번 먹어본 그 꽈배기는 내가 알던 전통적인 꽈배기와는 엄연히 달랐다. 오히려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바로 튀겨주는 담백하고 몰랑몰랑한 츄러스 같은 식감의 그것. 부드럽게 쭈-욱 늘어나면서도 입안에서 촵촵 씹히는 매력적인 식감에 반해서 자꾸 생각이 나니 큰일.


욕망을 잘 참아내며 일주일쯤 견뎠을까. 하필 조금 늦게 퇴근한 오늘은 공유자전거를 다른 사람들이 다 빌려가고 남은 게 없지 뭔가. 정말로 오랜만에 산책하듯 걸어서 이 길을 지났다.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지나쳤을 '참새 방앗간'을 저 먼발치서부터 발견하고는,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처럼 기분이 좋았다.


이런 욕망은 흔히 이루고 나면 허무하거나 후회스럽기 마련이거늘, 이 꽈배기는 대체 어떻게 내 뱃속으로 사라진 후에도 이토록 나를 즐겁게 만드는 걸까. 룰루랄라 발걸음에 흥이 돋는다.


단순한 '흥'인 줄 알았던 쾌락이 일정한 '행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진지하게 일상 속에 도입하려는 의도가 생긴다. 하루에 세 개씩 매일매일 'two 꽈배기'를 먹고살려면 연간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중한 계산. 그 설탕과 밀가루 때문에 발생할 신체적인 부작용들을 상쇄하기 위해 하루에 꼬박꼬박 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정도면 괜찮을까, 가능은 할까 하는 생각. 내 삶에 '꽈배기'라는 존재를 고정으로 들여도 괜찮을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반려"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의 생애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구입할 때의 비용뿐 아니라 구입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 그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적 비용, 청소나 세척 등의 관리 에너지, 폐기를 위해 정리하거나 운반하는 에너지와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물건을 들이는 것 이상으로 음식을 들일 때는 더 생각할 요소가 많다. 내가 평생 즐기기로 마음먹은 어떤 음식은 어느 정도의 칼로리가 되내 신체의 어디에 남아있게 되는지를 생각한다. 쉬이 배출되는 종류인지도 중요하다.


사람을 내 삶에 들일 때도 그 생애주기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가 사람 사이의 인연을 기차에 빗대어 표현하곤 하던 게 떠오른다. 모든 인생은 기차처럼 자신의 선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고, 모든 인연은 그 기차에 오르는 승객처럼 언젠가는 기차에서 내릴 때가 온다고. 누가 언제 타고 언제 내릴지 알 수 없기에 그저,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에는 무탈하게 함께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내릴 때 정다운 마음으로 손을 흔들어 줄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한 인연이라는 이야기.


누군가가 내 생에 들어올 때, 내 기차에 발을 올리기 전부터 이미 '무사히 여정을 함께 하다가 훈훈하게 하차할 수 있는 관계인지'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 순간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것에 대해 '생애주기'를 생각한다는 것. 어른이 되면서 갖게 되는 능력치이기도 하지만 오만과 편견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에 항상 경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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