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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Dec 22. 2019

아주 보통의 일요일

크리스마스에 뭐하세요?




대청소


오전에 어제 못 받은 허리 치료를 받고

오후엔 대대적인 작업실 대청소를 했다.


지지난주 콩맨이 도와줘 창고 대정리를 했다면

오늘은 식구들이 총출동해서 내일의 행사 준비를 마쳤다. 내일 오후에 사회적 경제기업 워크숍의 장소로 제공하고, 또 잼 만들기 시연을 보여주기 때문.

설거지와 방 닦기, 화장실 청소는 엄마가,

무거운 짐 옮기기와 고장 난 문 고치기는 오빠가,

화분 분갈이와 유리창 닦기는 아빠가.

허리 다친 딸, 여동생 둔 가족들의 비애다.


해가 높이 떠 있던 시간에 시작해

해가 저물기 직전 겨우 마칠 수 있었다.


고생한 식구들을 위해 마라탕 집으로 데려가

꿔바로우와 마라탕으로 저녁을 쏘고 귀가한 오늘.

(내가 하도 마라탕 마라탕 노랠부르니

그럴거면 김아라말고 김마라로 개명하란다. 콩맨이)


어제는 동료들이 있어 행복했고

오늘은 가족들이 있어 감사하다.



내사랑 마라 (마음 속 넘버원은 서면 라라관)
빠질 수 없는 꿔바로우도.




숙명


이 밤 한참을 붙들고 있던 앞장 활동 후기와

지출 내역 내일 아침 눈뜨자마자 제출하고,

오후에 워크숍 해내고,

올해 못다한 위생 교육 수료하고,

쓰임 정산+기부하고 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겠지.


12월 25일에 쉬고 싶지만.

쉬라고 성화인 주변인들이 있지만

(허리를 위해서라도 제발 휴식하라며)

쓰임전 행사 준비로 분주했던 어제 아침,

문닫고 출발 직전에 한 손님이 오셨다.

"저 세 번째 만이에요 지지난주 토요일에도,

지난주 토요일에도 왔었는데 안 여셨더라고요 힛."

그분의 말씀이 자꾸 마음에 쓰여서.

쉼날인 일요일이던 오늘도, 한통의 연락.

"혹시 오늘 가면 잼 살 수 있을까요?"

대청소 전 잠시 열어드린 문 안으로 들어와

지인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본인들이 드실

잼을 행복하게 고르던 두분을 다시 떠올리며.


그래 잊지 말자.

남들 쉴 때 일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행복한 주말과 공휴일을 제공해준다는 것이 보람이고 자긍이던, 미술관 일 하던 그 시절의 내가 있었지 아니한가.


괜히 잠시 울적해져서는

크리스마스에 남해 갈래?라는 질문에

그냥 안 갈래 하면 되는 것을 굳이

"나는 쉴 거 다 쉬어도(주말, 연차, 휴가)

월급 나오는 사람(=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못가."

뾰로통하게 말해버린 아침의 나를 반성해.


연말 구상여행을 생각하며

2019년 마지막 일주일을

후회 없이 보내리. 으샤으샤





봄이 오기 전에 페인트칠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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