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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Dec 21. 2019

쓰임을 다한 뒤

시작도 끝도 역시 사람이다.



쓰임을 다하다


몇 해동안 겨울만 되면 하고 싶던,

그렇지만 늘 마음에만 품고 있던 일을 했다.

내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내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수 만든 창작물들,

손때 묻은 세컨드 핸즈들을

한데 모아놓고 송년회 겸 작은 장을 여는 것.





빈티지 소품과 찻잔, 접시들
나는 앞의 진로잔 두개를 득템
아기 신발들
단정한 살림살이와 입을거리들
자식같은 우리 먹거리들.




"나 왕년에 슈퍼집 딸내미였잖아~"

물건에 깃든 추억을 이야기하고,

마주 보며 웃고, 나란히 서서 피부를 맞대고,

사람들이 녹아든 전경이 참 좋았다.


먹거리를 사러 오신 분에게,

"저기 단정 사장님 계세요"

"레헴 사장님이 바로 뒤에 서계신 분입니다."

알려드리자 "어머머머머! 저분이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인스타 잘 보고 있어요!

그동안 멀어서 매장에 못 가봤어요"

마치 팬이 스타를 만나는 장면을 마주한 듯

입꼬리가 올라가졌다.


오랜만에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오래오래 따뜻한 시간을 보낸 후,

자식과도 같을 먹거리와 추억 가득한 물건을

서로의 손에 쥐어주고도 모자라

아쉬움에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 또 하고

등 떠밀어야 못내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드는 생각은


'아, 시작도 끝도 역시 사람이다.'




어제는

새벽까지 잠못이루었지만

(준비하는 행사 전날의 불치병)

오늘은 따뜻하게 단잠 들 거다. 분명






매번 느끼지만 참 따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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