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역시 사람이다.
쓰임을 다하다
몇 해동안 겨울만 되면 하고 싶던,
그렇지만 늘 마음에만 품고 있던 일을 했다.
내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내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수 만든 창작물들,
손때 묻은 세컨드 핸즈들을
한데 모아놓고 송년회 겸 작은 장을 여는 것.
"나 왕년에 슈퍼집 딸내미였잖아~"
물건에 깃든 추억을 이야기하고,
마주 보며 웃고, 나란히 서서 피부를 맞대고,
사람들이 녹아든 전경이 참 좋았다.
먹거리를 사러 오신 분에게,
"저기 단정 사장님 계세요"
"레헴 사장님이 바로 뒤에 서계신 분입니다."
알려드리자 "어머머머머! 저분이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인스타 잘 보고 있어요!
그동안 멀어서 매장에 못 가봤어요"
마치 팬이 스타를 만나는 장면을 마주한 듯
입꼬리가 올라가졌다.
오랜만에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오래오래 따뜻한 시간을 보낸 후,
자식과도 같을 먹거리와 추억 가득한 물건을
서로의 손에 쥐어주고도 모자라
아쉬움에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 또 하고
등 떠밀어야 못내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드는 생각은
'아, 시작도 끝도 역시 사람이다.'
어제는
새벽까지 잠못이루었지만
(준비하는 행사 전날의 불치병)
오늘은 따뜻하게 단잠 들 거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