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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Oct 16. 2021

임산부의 불면증

3초 컷이던 내가 불면증이라니.




"요즘 잠은 잘 자?"

일주일 만에 만난 남편이 옆에 누워 물었다.

간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보니 살면서 불면증이라는 걸 단 한 번도 겪어보질 않았다. 오히려 잠이 많으면 많지. 아무리 걱정 많고 스트레스 받은 날에도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스르륵, 3초 컷으로 잠이 들곤 했다.

또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는 편이었다.

평균 취침시간을 기본 7~8시간은 유지를 하기에

그나마 따로 관리하지 않는 피부 상태가, 건강이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요즈음 나는 종종 잠 못 이룬다.


며칠뒤면 8개월 , 후기라고 불리는 시기에

들어서는 임산부고 배도 이제 남산만큼.. 까진 아니지만 큰 수박만큼 나온 터라 몸이 아주 가볍진 않다.

1킬로가 넘은 아가와 배에 가득한 양수의 무게가

꽤나 묵직하게 느껴져 똑바로 눕는게 불편해

옆으로 누워 자야 하고, 가뜩이나 가지고 있는

만성 알레르기성 비염이 임신하고 훨씬 심해져

코가 막혀서 잠 못 들거나 새벽에 깨기 일쑤고,

새벽에 한두 번 이상은 깨서 화장실을 가야만 한다.

원래 임신하면 자궁이 커지면서 방광을 압박해 소변이 자주 마려운 거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점점 심해지는 태동으로 놀라서 깰 때도 있다.

이따금 "윽!" 소리 날 정도로 퍽! 하고 심하게 가격하시는 뱃속의 아가님 :')

또 가끔은 혈액순환이 안돼 붓고 뻐근한 종아리에 불편함을 느껴 잠 못 이룰 때도 있다.

다시 잠들면 다행인 건데, 가끔은 그렇게 깼다가 눈이 너무 말똥말똥해져서 그냥 뜬 눈으로 남은 새벽을 지새울 때가 있다, 오늘처럼.


방금도 코막힘과 화장실 가고 싶음 두 가지가 한꺼번에 나타나서 잠에서 깬 이후로 다시 잠 못 들고 있다. 깜깜한 밤, 옆에서 남편은 곤히 자고 있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깨서 잠 못 이루는 건 괴로운 일이다.

아직 해 뜨려면 한참 남았는데 말이다.



불면증을 겪는 임산부가 꽤나 많은 걸 알 수 있다.                              근데 불닭볶음면은 왜...?



그래서 초록창에 쳐봤다.

나처럼 불면증을 겪는 임산부가 꽤 많은가 보다.

그리고 임신과 잠과의 상관관계는 컸다.

내가 위에서 적은 이유들과 더불어

'호르몬 변화'.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그러고 보니 꿈도 요즘 정말 많이 꾼다.

희한한 내용들로.

한 번은 연예인이랑 술자릴 가지는 꿈을 꾸기도 하고(규현이었다.)

또 며칠 전엔 직장동료 여직원이 자꾸 남편한테 꼬리 치고 유혹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괜히 일어나 따졌다ㅋㅋㅋㅋㅋ남편둥절)

임신 전엔 안 꾸던 온갖 이상한 스토리들의 향연으로 이뤄진 꿈, 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서인 거 같다.


임신 초기에 불면증을 경험하는 임산부는 1/4
후반에 경험하는 경우는 2/3 정도 된다.​
임산부 불면증은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변비 등 몸에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불면증도 초래하는데 호르몬은 낮보다 밤에 분비가 더 잘되며 임신 중기가 되면 난소에서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이 태반에서 분비되게 된다. 이것은 임신을 유지해주기 위함인데 이 과정에서 근육의 수축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자궁과 위장의 소화기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내가 자꾸 일찍 깨서 새벽 카톡을 남기고,

또 주말에 함양에서 만나면

"일출 보러 가쟈~!" 하며 6시부터 깨우는터라

남편이 요즘 나에게 부르는 별명은

'콩 할멈', '콩 할모니'

원래의 콩이라는 애칭에 할머닐 붙여 부른다 허허


내가 할멈이면 너는 할아범이다.


지금도 이런데 막달 되면 더욱 심해지겠지. 그때 되면 배도 훨씬 무거워져 누워 자는 게 힘들어질 테고,

다리 붓기도 심해져 잠 못 이룰 테고,

더욱 더 격해질 차밍이 태동은 또 말해 뭐해.


잠이 안 올 때는 아예 능동적인 태교를 하는 걸

생각해봐야겠다. 미뤄둔 명화 그리기라던지,

아니면 아예 진즉에 하려고 구상(만) 해둔

아기 흑백모밀이나 초점책, 우드 치발기 등

태교 diy를 하면 되겠다.

임신을 하면 공부를 하는 게 좋다고도 한다.

엄마는 아예 천자문 책을 사줄까하고 물어본다.

엄마... 일어도 카타카나 다음에 나온 한자 때문에 포기한 저예요. 한포자인 딸래미한테 한자공부라니.스트레스받는 건 태교에 안 좋다고요^^


그러니 지금처럼 클래식 음악 듣고,

이따금 태교동화 읽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또 그림 그리기나 공예를 해야지.

오늘 아침도 kbs 클래식fm으로 시작했다.



차밍아 앞으로 잠못 이룰 숱한 밤들

엄마랑 같이 씩씩하게 잘 지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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