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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Dec 26. 2019

연말의 분위기를 사랑해

산타가 왔다.





9am

얼마 전 쓰임에서 산

레헴 치유의 빵과

달콤고방 대추고와

금토끼의 딸기잼 푸딩으로

성탄절날의 아침을 맞이했다.

주변에 맛있는 걸 만드는 분이 많아서 행복해






10am

출근하자마자 소진된

스트로베리밀크잼을 만들었다.

이따 오후에 찾으러 오실 단골 분도 계시고.



너희는 잼이 될 운명일지어다.
이분의 일 완성




12pm

큰 잼팟 두 개까지 해서 설거지를 모두 마치고 나니

어느새 그가 왔다. 산타처럼.

부산에서 대구 오는 길에 청도 들러 샀다는

베이커리 3종을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내민다.

뽀또 맛 다쿠아즈로 에피타이저 하고 점심으로 10년째 앞산을 지키고 있는 파스타민에 갔다. 만조크림리조또랑 샐러드파스타를.


내일이면 소진되는, 영덕에 돌아가면 쓰질 못하는 생일 커피 쿠폰을 쓰기 위해 스타벅스를 갔다. 쉼 타임(break time)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플랫화이트를 마시면서 산타의 선물 개봉식 하기. 아주 고급스러운 초콜릿 상자 같은 걸 내밀기에 열어 보니... 세상에!!! '대추야자'라니.

며칠 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두바이에 간 윌리엄네가 먹는 걸 보고, 엄마에게 "저거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놀라웠다. 한국 들어오는 동생에게 따로 부탁했다고. 중동에서 건너온 귀한 것ㅜㅜ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지리산 다녀왔다고 산수유술을, 울릉도 갈거라고 마가목술을.
청도 들려 사왔다는 치즈케이크와 딸기크루아상,                               그리고 춰컬릿 상자 같은 아이의 정체는
대추야자



2pm

돌아온 작업실.

내년 앞장의 방향성에 대해서 토론을 하다가

마주 앉아 우리의 신혼집 대책회의를 했고

대구의 세 군데 동네로 선택지를 마련했다.

봉덕동, 상동, 용지.

아파트냐 빌라냐 오피스텔이냐 여러 가지 의견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른이 되는 기분이야.

싶지만 기승전 지리산살이.



4pm

주문한 크리스마스 선물세트를 찾으러

수정이와 경동오빠가 왔다.

둘은 작년 봄에 결혼한 신혼부부이자 결혼예찬론자. 그리고 우리의 결혼을 누구보다 염원했던 사람들.

어느 정도냐면 언젠가 조심스럽게 "아라야.. 이런 말 하면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상언씨랑 너 결혼하면 안 돼? 두 사람 볼 때마다 결혼했으면 좋겠어."라고 우리의 결혼을 사정(?) 하기까지 했다. 정작 우리는 결혼의 결 자도 생각하지 않은 때에.

신혼부부와 예비부부가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이어갔고. 그 사이 스트로베리밀크잼을 주문하셨던 단골손님 지혜님도 다녀가셨다. 하키 선수와 토킹을 하고 싶다고 영어회화 공부시켜달라는 귀여운 부탁을 하시며.


단골손님의 크리스마스선물.




6pm

오늘은 한 시간 조기마감이다.

왜냐면 셀프 웨딩촬영을 위한 옷을 구입해야 해서. 울릉도행 전에 둘이 만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니 오늘밖엔 없다. 퇴근하자마자 아울렛 이시아폴리스로 향했다.



놀이동산 같은 분위기라서 그런가 언제 와도 설레는 이곳.




한 바퀴를 다 돌았지만 원하는 옷을 찾지 못하고

이대로 허탕인가 싶던 순간.

어쩌다 들어간 곳에서 운명을 만나버렸다.

캐주얼 촬영에 필요한 콩맨의 베이지색 면바지,

우리의 검정 목폴라티, 그리고 예정에 없던 아우터 두 벌까지. 무려 5벌을, 아주 착한 가격에.

우리가 연상연하인 걸 눈치챈 사장님 부부 내외의 사람 좋음이 컸다. 콩맨이 26,7살로 보인다라는 말씀에서(덩달아 나까지 이십대로 얹어가기) 나 보고는 살 좀 쪄야 되겠다 하시더니 옷 갈아입고 나온 그에게는 살 좀 빼야 되겠다 길래, 아 빈말하시는 분들은 아니구나ㅋㅋㅋㅋㅋㅋ옷가게에서 한참 웃었네.

아무튼 쇼핑을 마치고 늦은 저녁은 1주년 기념으로 계란찜과 치즈볼을 준다는 현수막에 현혹되어 홍석천인지 홍춘천인지 하는 곳에서 치즈 닭갈비를.



맛은 깊이 없는 달달한 맛. 치즈볼과 계란찜에 혹했다.



그리고 귀가했다.

애주가 커플이 웬일로 술은 참은 채

놀다가 나는 집으로,

콩맨은 자고 내일 새벽에 영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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