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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Jan 03. 2020

2020년 새해를 섬에서,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예비부부의 울릉도 여행기 3/3탄




2019.12.30.-2020.1.2.
울릉도 구상여행이라 쓰고
셀프 웨딩촬영이라 읽는 여행






울릉섬에서 새해맞이라니!


2020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해가 뜨기 전 새벽 무렵 한복으로 갈아입고 콩맨은 어제에 이어 다시 한번 정장에 보타이를 매고 소장님 차로 함께 저동항 일출맞이 행사에 갔다.



해가 떠오르기 전, 정말 예쁜 하늘



7시 25분. 해가 뜨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6분.

이미 저동항 촛대바위 근처에는 일출을 보려고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우리는 그 인파 사이를 지나 자리를 잡았다. 그저 공연하러 온 사람, 풍물대 중 한 명인 줄 알 거야 했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결혼한 부부인가 봐."
"어머, 신혼여행 왔나 봐"
"축하해요~!"
"잘 살아요"


관심이 집중되었고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해무 사이로 한참 만에 떠오르는 해를 보았고. 새해에 결혼한(?)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다며 포즈를 취하시는 울릉주민도 계셨다. 떡국을 먹으러 이동하려는데 KBS 울릉중계소에서 아나운서가 다가왔다. 어쩌다 우리는 새해맞이 커플 인터뷰까지 했다. 아무리 방송운 많은 나라지만 울릉도까지 와서 라디오 출연이라니. 정말 별일이야



눈 내린 저동항, 그앞에 예비부부 :-)


아나운서님과의 문자.


'여러모로 좋은 일 가득.'




인터뷰를 마치고, 항구로 내려와 그 앞에서 나누어주는 떡국을 울릉도 사람들과 같이 먹었다. 추웠지만 젓갈 들어간 시원한 김치와 감자수제비가 들어간 고소한 떡국 한 그릇은 꿀맛. 든든하게 먹고 숙소로 귀가했다.




떡국 나눠주기 행사,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떡국을 함께 먹다니
떡국 한그릇 먹고 한 살 더 먹기



관리소 앞에서,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_






본격적으로 울릉도 여행을 떠나보기로 


어제는 웨딩촬영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과제를 모두 끝내고 나니 오롯이 여행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도 무척이나 맑다. 통구미바위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첫 번째 코스로 두 사람 모두 과거 울릉도에서 좋았던 3순위 안에 드는 태하 향목 전망대로 향했다. 나는 남매여행 당시에 오빠야랑 거의 절교 수준으로 심하게 싸운 기억이, 그리고 콩맨은 절친 규암씨와 왔다가 모노레일이 안와 20분을 아무것도 못하고 발 묶여있었던 기억이 있는. 서로 다른 추억을 가지고 왔다가 같은 추억을 만들어 가는 이번 여행. 다음은 관음도로-



오랜만에 이 풍경.
겨울하면 눈, 눈 위엔 동백이지




관음도로 가기 전 카페울라에서의 추산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는데 혹시나 역시나,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혔다. 그래서 근처 성불사로 가보았다. 정말 가슴이 뻥 뚫릴 만큼 멋진 풍광, 압도하는 바위섬 아래 있는 절. "너는 이거 보면 (클라이밍) 오르고 싶겠네." 역시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그다. 경주 골굴사를 비롯해서 진안 마이산도 그렇고, 울릉도 성불사도. 바위산이나 절 모두 사랑이야. 겨울엔 송곳바위에 구멍이 다섯 개가 보인다는데 네 개까지만 찾고 추위에 호들갑 떨며 우리는 내려왔다. 뜬금없이 동요 '예쁜 아기곰'을 듀엣으로 부르면서ㅋㅋㅋㅋㅋ(예쁜 아기곰은 내가 어린 시절 창작동요제에 나가 장려상을 받았던 그런 곡)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 관음도.

사정없이 매서운 바람에 우리는 귀가 날아가는 줄 알았고, 그의 회사 팀 내 차석님의 갑작스러운 휴직 소식에 암울해진 그였다. 관음도 한 바퀴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내가 그랬다.


"언젠가는 또 이날의 이 모습도
많이 그리워하겠지."



샌프란시스코에 금문교가 있다면 한국엔 관음도 다리가 있다.


잘 있었니 코끼리바위야. 양쪽에 우리가 있으면 상아 완성인데.


외로운 섬 아저씨도 오랜만이에요.









이제는 뚜벅이여행자가  시간



오늘까지 렌터한 차를 반납하러 저동항으로 갔다.

한진렌터카 사장님이 밥부터 먹고 있으면 오시겠다기에, 경일식당에 가려다가 '오늘은 쉽니다'에 열어진 아무 식당에나 가서 울릉도 오면 가장 다시 먹고 싶었던 오징어내장탕과 홍합밥을 시켰는데 오징어내장탕이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었다. 못내 아쉬웠지만 명이나물도 넉넉히 리필해주시고 정갈한 반찬들이 좋았던 동백식당.



오징어내장탕은 맑은게 좋아요. No 고춧가루



다 먹고 렌터카를 반납 후 먹물아이스크림 먹으러 저동커피집에 갔다. 하지만 '먹물아이스크림 판매 종료' 문구에, 마침 렌터카 추천하신 맞은편 커피빌로 발길을 돌렸다. 카페가 귀한 이곳에서 커피가 어찌나 먹고 싶었는지, 아인슈페너와 딸기라떼를 시키고 앉았다. 울릉도 와서 서류 합격 문자를 받은, 브랜드 크리에이터 면접에 가지 못하는 대신 영상을 찍어 보내라 해서 영상을 찍기 위한 연습을 했다. 버스 타기 전 저동항에 나가서 약 6분 가량의 브랜드 소개 영상을 촬영했다. 땡스투 콩맨!



당 충전 극뽀옥.


저동항의 마주한 등대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저동항에서 사동항으로 아주 빙 둘러 가는 버스를 올라탔다. 그 안에서 일몰도 보고 제출할 영상도 편집했다. 버스 안에서 보는 일몰은 자꾸만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고 싶게 했지만 잘 참았다. 밤에 5킬로 산책 결국 했으니.



버스 안에서의 해넘이.



숙소로 돌아와 어제 어른들과 약속된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식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틀 째 어른들과 함께 할 자리에 우리가 부담스러울까 봐 일부러 배려해주셨던. 소장님 사모님이 직접 싸신 김밥을 주셨다. 힝 감사합니다. 김밥 한 줄로 요기하고 이틀 만에 또다시 대박치킨을. 이번엔 양반간반(양념 반 간장 반)과 맥주를 배달시켰다. 치킨을 기다리며 오래 기다렸던 웨딩 밴드를 언박싱- 한 번씩 껴보고선 4월 11일 결혼 날을 기약하며 다시 고이 박스에 넣어 봉인했다.



우리 반지. 나무의 결을 닮은 'Like a tree'


골목식당을 보면서 치킨을. 울릉도 와서 4일 중 이틀이나 치킨이라니.





야간비행



늦은 저녁. 나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고 2.5킬로 떨어진 곳에 진희상회라는 슈퍼가 있음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전화로 영업 중이라는 것까지 확인 완료. "가자." 그렇다. 그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거라면 툴툴거리면서도 다 해준다. 이런 남자 또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 오라 시키는 게 아닌 같이 사러 가자는 이런 여자도 또 없지 않으냐며. 인정? 어 인정. 야밤에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겠다고 왕복 5km, 걸어서 한 시간 거리를 오간 우리 칭찬해. 블루투스 마이크로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다녀온 우리는 더 칭찬해.




2.4키로, 한시간 밤 산책


진희상회. 평소 사먹지도 않는 빵빠레와 메로나를 먹겠다고.




마지막 숙소 앞 오르막길에서는 정인의 오르막길을 떼창 하며 돌아왔다. 우리의 긴긴 세 번째 밤 이제는 굿나잇.


참. 원래는 내일 본토로(제주도에선 육지라 한다면 이곳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풍랑주의보로 결항되었다. 우리에겐 하루가 더 있소이다. 아이 신나. 내일은 나리분지에 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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