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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Jan 09. 2020

빚 안 내고 2년 넘게 버텼으면 장한 거야

자영업자인, 자영업자였던 사람들과의 만남


1 1만남의 한주


유난히 사람을 많이 만나는 주간이 있다.

이번 주가 그렇다. 단 4일 사이에

셀프청첩장에 들어갈 우리의 모습을

그려주기로 한 수진언니와,

자주 만나는 사이 꽃길멤버,

어언 일년만인 여행메이트 효진언니,

모습 빼고 도플갱어 같은 세연님

이렇게 만났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일 하면서 만난 사이라는 것.


먼저 몇 해 전 브랜드 창업을 앞두고 천연발효빵 베이킹을 배울 때에 알게 된 수진언니는 잘 다니던 서울의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고양이를 주제로 한 핸드페인팅 도자기 소품을 만들고 있다.


꽃길멤버는 몇 해 전 아주 폭망한 프리마켓에서 만난 사람들로 "앞으로는 꽃길만 걷자"는 의미로 서로를 칭하게 되었는데 이름처럼 일 적으로든, 가정적으로든 각자 나름의 꽃길을 걷고 있다.


여행메이트 효진언니와는 어쩌다 서문시장에서 알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하시는 천연염색을 이용해 스카프를 만들었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사람. 한 번도 같이 여행 안 해봤으면서도 언젠간 가보자는 뜻으로 서로를 여행메이트라 칭하고, 생일이 똑같은 사이. 살다가 짐 싸서 훌쩍 모로코로 떠나기도 하고, 나보고 같이 가자던 경주에 혼자 보냈더니 사랑을 찾아 돌아온 보헤미안 그녀. 지금은 경주에서 만난 그분과 결혼을 하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주은이를 낳아 대구아가씨에서 경주댁, 이제는 포항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와 외적인 모습 빼고 도플갱어 같은 세연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주변의 만류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비건을 주제로 베이킹을 하는 금손 실력자. 처음엔 완벽주의자 같은 면이나 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관계, 다소 예민한 성격 정도가 비슷한 줄 알았다. 아버지의 직업, 가풍이나 성장과정, 미대에 가고 싶었던 꿈, 나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소원을 이룬 것, 재료를 잘 살린 프레시한 맛을 좋아하는 입맛, 살고 싶은 동네 취향까지도. 알면 알수록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예식장, 똑같은 홀에서 한다. 세연님이 보여주는 드레스 디자인이 나는 브라이덜 샤워 때 입으려고 골라둔 것과 같아 또 한 번 놀랐고.


아무튼. 현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했거나,

아니면 앞으로 다시 할 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영업에 대한 고충과 공감을 깊이 나누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


"그래도 아라씨나 나나
빚 안 내고 2년 넘게 버텼으면
우리 장한 거야."



그래.

매달 월세 내는 날은 눈 깜짝할 새 다가오고,

직장 다닐 때와 다르게

남들 쉬는 주말과 공휴일에 마음껏 쉴 수도,

퇴근을 해도 스위치를 꺼둘 수도 없고,

때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포기 않고 계속하고 있잖아?

사업이라기엔 거창하고

좋아서 하는 일을 계속해나가는 사람들.

서로 자극도 주고 위로도 주는 이들이 곁에 있기에 가능한 거지만. 어쨌든 우리 참 대견하다.

Keep going anyway.

'그래도 계속 가자.'






botanical-concepting


꽃길멤버와의 점심. 그리고 은정언니가 선물한 리유저블 텀블러


두 번이나 이곳에. 숲속에 와있는 것처럼 힐링되서 참 좋다


포항댁이 만삭의 경주댁이던 시절 같이 솔거미술관도 갔었는데.


재료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프레시함이 좋다. we lovin' it!











bgm. Deep Breath - 일레인


혼자라는 맘에
휘청거릴 때면
이 거릴 묵묵히 걸어요
아직 다 알 수는 없겠죠
간직한 나만의 꿈을
그댈 믿어봐요 it’ll all be fine
with one deep breath
with one deep breath
길을 잃더라도
you just know that I’m with you
이렇게 조금씩 걸어요
아직 다 알 수는 없겠죠
간직한 나만의 꿈을
그댈 믿어봐요 it’ll all be fine
with one deep breath
with one deep breath
take one deep breath
take one deep br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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