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 Jan 16. 2020

내가 잠재력이 보이는 원석같은 존재라고요?

자극과 제안과 인연으로 점철된 하루




자극, 그리고 묘한 인연



잠시 멈추는 시간(break time 12:00-14:00),

갑작스럽게 영천으로 갔다. 엄마의 친한 지인분이 하는 카페에 가기 위해서. 2017년 내가 작업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오셔서 영천에 카페를 하나 열었는데,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본인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셀프로 했다며 조언과 격려를 주셨던 분.

이제 카페뿐 아니라 식당과 글램핑장까지 함께 운영하려고 리뉴얼 중이라기에 갈 기회를 엿보다 엄마와 시간이 맞아 급으로 향한 것.


가는 길에 좋아하는 바르다김선생의 떡볶이랑 김밥을 포장한 후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그곳. 예상과는 달리 대로변 한가운데 위치해있었고 대지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아버지께서 과수농사를 하시던 땅에 컨테이너로 조르맣게 시작했다던 카페는 이제 건물을 두 채 올리고 글램핑장으로까지 조성 중이었다. 차가 들어설 때부터 뛰어와 우리를 맞이하던 구 하늘이 현 스카이(한글 이름이 너무 흔해졌다고 이제는 스카이라고 불린다는 2살의 삽살개). 그리고 한창 확장 공사중인 2층 카페 작업을 하던 그분이 나오셨다. "아라씨 오랜만이네~!"




어서오시개•ㅈ•


몇 번 봤다고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내가 하고 싶었던 고목을 활용한 조명이나, 서까래로 입구를 만든 화장실. 그리고 팔레트 의자까지. 규모도 상당한데 이곳의 천장부터 벽, 조명까지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가고 계셨다. 여장부셔 엄지척.

한참 구경을 마치고 본래의 카페에 들어서서 사온 떡볶이와 김밥을 펼쳐서 먹었다. 음료로는 레몬차와 모카 프라페를 시켜서. 스카이는 발 밑에 엎드려서 먹는 내내 함께 했고, 밖에서 포크레인 기사를 불러 이리저리 전두 지휘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멋짐 뿜뿜했다. 그리고 문득, 이분은 이 넓은 땅 위에 없던 건물을 올리기도 하시는데 나는 겨우 작은 작업실 25평 안에서 하고 싶은 걸 주저하고 있으니.. 예전에 추진력 발사하던 김아라는 어디 가고, 요즘은 무언가 하나를 할 때에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만 하다가 흘려보낼 때가 많다고. 이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아직 젊어서 그렇다고. 네..? 그보다 자금이 있으면 할 수 있겠죠? 아닌 게 아니라 포드 랩터도 가지고 계신 분이니. 내 드림카가 포드 랩터라고 하니 3년 안에 몰게 될 것이라 응원(?)해주셨다.




로망의 포드 픽업트럭.


다음주 설연휴 오픈을 목표로 열심히 공사중이던 공간.


여장부님


점심 먹으려는데 턱괴고 저러고 있다- 귀여워ㅠㅠㅠㅠㅠ


내발 밑에서 떠날 줄 모르던 스카이씨. 너는 귀공자st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손님이신가 했는데 대뜸


올봄 앞장 언제 할 계획이세요?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웠고, 그런 질문하는 분은 누구고 왜 묻느냐며 되물었다. 그제야 본인을 밝히는. 한 행사를 기획 중인데 앞장이랑 겹칠까 봐서란다. 그래서 그 행사는 언제로 구상 중이냐 물었더니 4월 11일 공간ㅇㄹ에서 한다고. 아니 잠깐만..

4월 11일이라 하면 내 결혼식날이 아닌가. 그리고 공간ㅇㄹ은 어머니 지인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얼마 전 쓰임전을 앞두고 벼룩장터가 열리는 그곳으로 처음 가보기도 했었다. 무슨 이런 인연이 있나 싶어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그날이 제 결혼식이라 적어도 앞뒤로 2주는 앞장 못할테니 염려 마시라고. 그랬더니 안 그래도 참여팀을 꾸리던 중에 한 분이

"그날 친한 언니의 결혼식이라 참석이 어렵다." 고 거절했다고. 그리고 공간ㅇㄹ은 자기 고모라고 했다. 신기한 엮임이었다. 대구에서 그 행사가 열리길 줄곧 바라왔던 터라 응원한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시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시간이 다 돼서 서둘러 작업실로 돌아왔다.




나중에 아는 동생이 보내온. 그나저나 '정말 좋아하는 언니' = 나?






야근 중에 받은 하나의 제안


미세먼지로 인한 건지 아니면 먹은 떡볶이김밥 때문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요 며칠 집 알아보느라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인지 알 수 없는 속 쓰림 증상의 위장트러블을 안고 쉬다가, 늦은 오후부터 시작된 잼 생산가동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온 이웃 사장님의 연락. 옆집 가게가 나간다고 그 자리로 옮길까 했는데 만만치 않은 권리금(1,300만원)에 포기하신다고. 그런데 지금 운영하시는 카페에 쇼룸을 해볼까 한다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그 쇼룸의 운영을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그런 제안. 워낙 우리는 가깝고도 조심스러웠던 이웃이었던 터라 그동안 몇 번이나 콜라보하려다가 주저한 적이 많은데 그 작은 것도 못했는데 쇼룸이라니.. 동업인가 싶다가 아니다, 팝업프로젝트처럼 시도해보는 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아니 오히려 기뻤다. 거의 포기상태였던 내 오랜 꿈 '식품편집샵'의 또 다른 형태로의 실현이 될지도 모르고, 또 그동안 어렴풋이 우리가 상상하곤 했던 건물 쉐어, 공간 공유에도 한 발짝 다가가는 기회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게다가 내가 올해 준비하려고 하는 내 공간의 변신에는 (잘된다는 가정하에) 내가 그 안에 없어야만 하니. 그래서 그 제안에 나는 해보자고 대답했다. 작년에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고 자꾸만 주저하고 움츠렸던 한 해라면, 올해는 과감해져 보기로. 낮의 영천에서 그분을 보고 느낀 것처럼 마음 먹은 건 아낌없이 시도해야겠다.


그리고 막 이 글을 다 쓰고 자려고 누웠는데

몇 해전 인터뷰하신 기자분이 해준 말이

떠오른다.



아라씨는 잠재력이 보이는
원석같은 존재예요.





밀크잼이 만들어지는 시간.



오늘 만든 3종잼. 내 자식같은 존재들.















작가의 이전글 '등친막친' 결성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