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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Jan 17. 2020

일찍 일어난 새가 머그컵을 얻는다.

동네 스타벅스 오픈날 아침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가 있다.

스타벅스, 핸즈커피, 코페아커피.

싫어하는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가 있다.

엔제리너스, 다빈치커피, 카페베네.


좋아하는 프랜차이즈들은 커피 맛이 있고

대체로 지점의 차이없이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곳.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곳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원두가 싸구려 맛처럼 느껴지는 곳.


언제부터인가 개인 커피 브랜드 아니면 거의 스타벅스를 가게 된다. 특히 이 동네로 이사오고부터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자주 갔는데 어느 날 스타벅스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유를 추측 건데 앞산 매장은 드라이브뜨루가 없고, 주차장은 좁아 테이크아웃하는 손님은 불편하고 주차를 못해 돌아가는 손님도 많고 회전율이 떨어졌던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간혹 점심시간에 구상의 시간을 보낼 곳이 한 군데 사라져 슬퍼하던 중, 스타벅스가 다시 들어온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바로 옆 몇 년이나 비어 있던 레스토랑 자리에. 근데 그게 벌써 반년 전, 몇 개월이 지나도 공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해서 나는 절대 스타벅스 일리가 없어. 무슨 프랜차이즈가 공사를 하루아침에 안 하고 이렇게 몇 달을 소요해. 라고 생각해왔는데 (더욱이 앞산점보다 몇 개월이나 뒤늦게 생긴다던 옆동네 영대병원점은 단 며칠 사이에 완공해서 진작에 오픈까지 했으니 말이다.) 얼마전 'coming soon'이라는 초록색의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야 아 정말 들어오는구나 싶었고. 그러고부터도 한 달쯤 지났을까. 마침내 1월 17일, 드디어 오픈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 어플에 들어갔는데, 신규점 오픈 행사를 한단다. 3,000원 이상 기부를 하면 로고 머그(Tall

size)를 준다는 것. 집에서 5백 미터 채 안떨어져 있는만큼 한 번 가서 도전해보기로. 마침 아침형 아빠도 꼬셨고 친오빠야까지 가세해서 세 식구가 가기로 했다.


오늘 아침 6시. 눈이 번쩍 뜨였다.

잠옷을 갈아입고 모자만 꾹 눌러쓰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우리집에서는 단 3분 거리인지라 이십 분을 앉아서 기다리다가 6시 55분, 밖으로 나섰다. 아직 동이 터오르기 전 어둑한 스타벅스 앞은 이미 한 스무 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올것을 아쉬워하며, "제주도 연돈 사태 이해하나?" "아니, 나는 이해 안돼." "맞제 아무리 맛있다해도 돈까스가 돈까스지." 이런 대화를 주고 받으며  길지 않은 시간을 기다린 후 입장할 수 있었다.


1인당 2개까지 받을 수 있기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소액을 기부하고 머그컵을 6개나 받았다. 집에서 엄마랑 아침으로 먹을 루꼴라 샌드위치나 현미스프를 살 심산이었는데, 줄 서있는 동안 내 손님과 마주쳐 민망하기도 했고(생얼 주의) 또 주문하는 줄은 또 줄 대로 길어 그냥 돌아왔다. 이런 오픈 이벤트에 참여해보는 건 스무 살엔가 크리스피도넛이 처음 대구에 생겼을 때 이후로 처음인데 모처럼 아침을 일찍 시작한 것이나 드라이브뜨루의 불이 처음 켜지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가족들이랑 추억 하나 만들었다는 것 다 좋았다.





스타벅스를 기다리던 동지들


우리집 두남자랑 동네 활보하기


우리도 우리지만 대단한 사람들


한 잔씩 나누어준 따뜻한 커피


오늘의 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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