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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Feb 16. 2020

산천에 피고 지는 꽃들을 막지 못하는 것과 같이

long time no see, brunch!



과거와 현재와 미래,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가 있는가.

-다큐멘터리 3일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오랜 공백기를 깨고 글을 적어나가본다.
지난 보름간 브런치에 전혀 들어오질 못했다.
몸이 바쁜 게 아니라 마음이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아니 사실 몸이 바빴던 것도 맞는 것 같다.
무작정 경주로 다녀왔고
울릉도 셀프촬영본을 고르고 보정하고
스튜디오 웨딩촬영도 했고
신혼집도 입주해 꾸며나갔고
쓰담쓰담('쓰레기를 담다 산을 쓰다듬다'라는 자연주의 등산크루.) 활동도 정식으로 시작해서

100대 명산 인증에 도전하게 되었고.
가까운 사람 외에도 "저 결혼합니다." 하고

운영하는 sns를 통해 결밍아웃을 했다.

그 이후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와중에 우한 폐렴 코로나의 공포에도 심각하게 시달렸다. 지금은 완치해 퇴원한 17번째 확진자가 다녀갔던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동대구역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로 특히. (안전불감증인 내가 안전과민증에 걸리는 줄 알았던 나날들)

그런 틈에서 원래 순간 집중을 잘하던 나는
어느샌가 생각의 깊이가 점점 가벼워졌다.
1일 1글쓰기를 안 하다 보니 사색이 부족했다.
길을 거닐다 문득,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로 하루의 흐름을
나무로 계절의 변화를 살피던 내가 어디 갔나 싶었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고 매일 기록하던 나는 어디 갔나 싶더라.

그러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다큐멘터리 3일을 보게 되었다.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옴뷔'가 나왔다. 옴뷔는 오대산(Odaesan), 명상(Meditation), 마을(Village)을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작년 8월에 열었다. 재작년 11월에 오대산 월정사길을 걸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정말 내가 사랑하는 가을을 오롯이 맞고 사색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사색보다는 스낵컬처를 즐기고 비움보다는 채움에 급급했던 것 같다. 어제의 이케아 부산점에 다녀온 것만 봐도(...) 방송을 보는데 자연명상마을 속에서 일박 이일, 길게는 보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표정이 밝고 맑아 보였다. 혜민스님이 그랬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비워야 또다시 담을 수 있다.
올봄이 오기 전에 원래의 버킷 중에 하나이자 꼭 이루고 싶은 것, 템플스테이 꼭 한 번 다녀와야지. 그곳에서 명상과 사색과 비움을 하고 올 테다.



어느 겨울날, 해발 1,193m 비로봉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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